[뉴스핌=김기락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철탑 고공농성을 해온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최병승 씨와 천의봉 씨가 8일 지상으로 내려온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현대차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등에 따르면 최 씨와 천 씨는 이날 낮 1시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철탑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왔다. 철탑 농성에 돌입한지 296일 만이다.
이들은 철탑에서 내려온 후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게 연행돼 경찰서로 이동했다. 경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48시간 동안 조사한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한국전력은 이들이 철탑을 불법 점거했다며 강제퇴거금 1억2360만원을 부과한 상태다.
이들은 철탑 농성을 중단했지만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은 계속 하겠다는 계획이다 .
최 씨는 이날 아침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농성 중단 사유에 대해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어떠한 것도 진척된 게 없다”며 “체력이 있을 때 내려가서 몸을 보호하고 난 후에 다시 싸움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에 불법파견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불법파견 인정에 따라 파견법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 전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5월부터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고공농성 ▲라인 불법 점거 ▲희망버스 등 투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희망버스는 지난달 20일, 현대차 울산공장서 불법폭력을 주도했으며 현대차 비정규직 간부 강모(36)씨가 구속됐다.
최 씨와 천 씨의 고공 농성 중단이 희망버스 및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들이 고공 농성 중단하기로 결정한 7일은 현대차 희망버스가 이달 말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희망버스 기획단 관계자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300일 가깝게 철탑에서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다시 울산으로 간다”라며 “현대차의 전향적인 입장 표명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오는 31일 두번째 시위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최 씨와 천 씨의 투쟁 방향은 경찰 조사가 마무리돼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철탑 농성 중단에 따라 비정규직지회와 특별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야권은 대법원의 판결대로 현대차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송전철탑에 올랐 던 최병승·천의봉 씨가 농성해제를 선언하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죄송한 쪽은 오히려 정치권”이라며 “죄송해야 할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현대차”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대법원 확정판결 마저 짓밟고 뭉개는 현대차의 작태를 그대로 두고 대체 어떤 비정상을 운운한단 말인가”라며 “현대차그룹과 정몽구 회장이야말로 명백한 헌법유린집단이자 범죄자”라고 말했다.
*사진 : 뉴시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