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대출 상환용 단기 차입 수요 급증 관행 만연
[뉴스핌=강소영 기자] 유례없는 유동성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은행권에 '2차 자금 파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달 말 대규모 자산운용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24일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자산운용상품의 만기가 집중된 이번 달 말 콜금리 상승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중소형 은행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의 자금난은 단기 차입금으로 장기상품 상환을 '메꾸는' 등 중국 은행권의 잘못된 자산운용 관행에 따른 것으로 지적된 가운데, 저축예치 규모가 적은 중소은행이 만기 상품의 자금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금융상품의 만기가 집중된 이번 달 말 19일과 같은 콜금리 폭등 현상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만기도래가 예정된 자산운용상품의 규모는 약 1조 5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83조 원에 달한다. 중국 은행권은 상환불능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며 '2차 자금 파동'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안신(安信)증권의 수석 연구원 가오샨위안(高善文)은 어음할인시장과 자산관리상품시장이 2차 자금 파동의 '진앙'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오 연구원은 유동성 경색으로 인한 은행 간 콜금리 급등을 1차 파동, 어음할인시장과 자산관리상품 시장의 대혼란을 2차 파동으로 정리하고, 금융계의 1·2차 자금 파동이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의 추락이라는 3차 파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오 연구원은 '어음할인시장 규모 축소, 할인율 상승 경제성장 속도 하락,기업과 지방정부의 상환능력 감소'의 악순환 논리를 3차 파동의 근거로 제시했다.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도 24일 심각한 유동성 경색으로 다수 중소형 은행이 어음할인 업무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4대 대형은행도 어음할인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음할인 시장은 단오절을 기점으로 불안 조짐을 보였다. 6월 초 4%대를 유지하던 할인율은 단오절 이후 10%까지 껑충 뛰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이 돈줄을 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자금상황이 시중은행보다 여유가 있는 우정(郵政)저축은행도 6월부터 어음 접수를 중단했다며, 얼음할인 시장이 바짝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소 낙관적 견해를 가진 금융계 관계자는 이번 유동성 경색의 근본원인이 자금부족이 아닌 은행권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가 '하방의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대량 자금이 은행의 자산관리상품을 통해 그림자 융으로 흡수됐고, 그 과정에서 은행권은 운용자금의 기한 배에 실패한 것이 이번 자금난의 직접적 원인"이라며 "4대 은행의 자금보유 상황은 사실 나쁘지 않지만, 이들 은행이 자금을 풀지 않으면서 콜금리가 급등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급격한 금리상승은 자금부족때문이라기 보다는 심리적 공황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4대 은행의 자금운용 능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는 중국 은행권의 구조조정과 체질강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