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지수도 금리따라 상승.. 정상화인가
[뉴스핌=우동환 기자] "버냉키가 진짜 문제야, 아니면 중국이 더 문제야?"
출구전략 계획을 이전보다 선명하게 제시한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충격에 주식과 국채,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혼란기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출구전략을 가다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지만, 당장 투자자들은 그동안 시장을 움직였던 유동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자산시장의 불안은 '새로울 것이 없는' 버냉키 이슈보단 중국 제조업 경기가 꾸준히 하락한 가운데 자금시장 금리가 치솟으면서 위기 상황에 접근하는 점에 더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은행간 자금거래 금리인 시보(Sibor)가 두 자릿수로 급등하자 인민은행이 500억 위안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 안정에 나섰는데, 귀추가 주목된다.
◆ 주식 채권 가격 하락.. 달러화 강세
20일 미국 다우지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에 전일대비 2.34% 떨어진 1만 4758.24선까지 후퇴했다.
S&P500지수 역시 2.50% 하락했으며 나스닥지수도 2.28%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낙폭으로는 다우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S&P500지수는 2011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기록됐다.
미국 국채 시장 역시 급락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bp 오른 2.41%에 거래되면서 2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 수익률도 8bp 뛴 3.50%를 나타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랠리가 한층 더 힘을 받는 모습이다.
이날 뉴욕외환 거래서에서 달러/엔은 1.03% 급등한 97.44엔에 거래됐다. 이 환율은 일시 98.29엔까지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달러는 0.53% 내린 1.3224달러를 나타냈다.
상품 가격은 중국의 제조업경기 지표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 층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금 선물 가격은 4.8% 하락하면서 2년 반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국제 유가 역시 3.3% 급락했다.
이같은 매도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연초 일본의 공격적인 부양정책에 따른 자산시장의 랠리 분위기가 꺾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트레버 그리섬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5월 일본은행의 정책 발표 후 시장의 분위기는 활기가 넘쳤지만 곧바로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사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 신흥시장, '버냉키+중국발 충격'에 흔들
<출처:블룸버그 재인용> |
지난 5월 중순 연준의 출구전략 관측이 제기되면서 자금유출 불안감이 고조됐던 신흥시장은 버냉키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냉키 발언이 나온 후 가장 저조한 흐름을 보인 10개국 시장 가운데 7곳은 개발도상국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브라질 보페스파지수는 19일 기준으로 그 동안 21.6% 급락했으며 필리핀을 비롯해 그리스 증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두 자릿수의 낙폭을 기록했다.
JP모간이 집계하는 신흥시장 채권 지수는 약 한달 간 7.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남아프리카의 란드화와 인도 루피화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최저치 수준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특히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신흥시장의 자금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 이후 3주간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채권 펀드와 상장지수펀드에서 43억 달러의 자금을 빼 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21주간 이 시장에서 220억 달러가 유입된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하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신흥시장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는 라스퀴 라만 모간스탠리 전략가는 "신흥시장에 자금을 투자할 시기는 아니"라며 "예상했던 것처럼 이 시장은 고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하지만 여전히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분명 최근 이벤트들은 이들 시장에 고통스러운 악재이지만 과거 외환위기나 디폴트 상황과는 다르다는 견해다.
반 에크 글로벌의 에릭 파인 매니저는 "80년래 남미 분위기도 아니면 90년대 아시아 위기와 같은 상황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HSBC가 집계한 중국의 6월 제조업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확인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HBSC는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달 확정치인 49.2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로 9개월래 가장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글룸 붐 앤 둠(Gloom Boom & Doom)> 보고서의 발행인 마크 파버는 20일 CNBC방송의 '패스트머니'에 출연, "주식 가격이 더 내려갈 것 같지만, 이건 버냉키 때문이 아니고 다른 걸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버는 "이미 미국 시중 금리는 상승한 지 한참 됐기 때문에 뉴스가 아니고, 중국 경제가 공식 통계지표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는 게 더 우려된다"면서, "중국 경제는지금 연 4% 속도로 성장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대대적인 신용팽창 등의 조치가 없다면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신흥시장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환기하면서 금이나 여타 국제상품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 세계 금융시장 혼란 재연? 위험 측정지표 반응은
<VIX 차트> |
공포지수로 알려진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20.49로 마감하면서 올해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 28일 22.72까지 상승했지만 올해 3월 14일에 이르러 11.30을 기록하면서 50% 가깝게 급락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12월 고점과 비교하면 VIX는 약 9%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은행간 금리 시장에서는 연준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런던 시장에서 2014년 6월 단기 파운드 선물 계약에서 적용된 3개월물 파운드 리보 금리는 0.7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날 고시 금리인 0.5085%를 웃도는 수준이다.
비록 연준의 출구전략 관측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시사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부진한 유로존과 영국 경제를 감안하면 부양책 회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이 비록 이완된 정책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연준의 긴축에 따른 금리 상승은 리스크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벤 버냉키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나쁜 신호라기 보단 좋은 신호 아니겠는냐"고 되물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