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최근 미국에서 증권화(Securitisation)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규모가 위기 후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자, 이것이 또다른 위기의 신호인지 회복 신호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화란 금융기관이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보유자산을 증권으로 전환,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고, 그림자금융은 비은행 금융기관 혹은 이들이 취급하는 비은행 금융상품을 뜻하는 말로 두 상품 모두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증권화와 그림자금융 모두 지난 2007년 말 미국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들이다.
지난 21일 자 CNBC뉴스는 딜로직(DeaLogic) 자료를 인용, 올 들어 현재까지 증권화 거래는 총 365건으로 조달 금액만도 2256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증권화 상품 거래 규모는 7770억 달러로 불기도 했다.
한편, 금융서비스업체 키프, 브루예트 앤 우즈(KBW)에 따르면 그림자금융 규모는 16조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민간 예금기관의 총 자산규모 15조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회사채 발행 규모인 6조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 이후 은행들이 강화된 규제 환경에 적응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증권화와 그림자금융이 이처럼 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화와 그림자금융이 다시 몸집을 키우면서 앞으로 규제당국의 긴장감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고 금융 규제당국에 해당하는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최근 그림자금융이 미국의 금융 안정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화와 그림자금융 확대가 이전과는 달리 오히려 단기적인 경제 성장이나 비은행 금융서비스 부문의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KBW 역시 그림자금융 등의 재등장을 위협이 아닌 개선의 신호로 봐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비은행 기관에는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래퍼티캐피탈마켓츠 주식리서치 부대표 딕 보브 역시 "그림자금융시장의 회복은 비교적 강력하고, 앞으로 몇 년 안에 금융시장의 지배적 힘을 갖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