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경제민주화 의지 분명히 하되 완만한 추진 필요"
지난 18대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경제민주화가 박근혜정부의 조각 완료와 함께 다시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여야가 대선 공통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슈인 만큼 국회 차원의 경제민주화법 개정 움직임 또한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법 개정이 기업 지배구조 등에 미칠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면서 투자위축과 경기침체 우려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가 개정을 추진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10여 개에 달한다. 뉴스핌은 경제민주화 쟁점 법안의 핵심 내용과 논란, 각계 반응 등을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註]
[뉴스핌=정탁윤 기자] 시대적 화두로까지 떠오른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는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민주화도 좋지만 우선 경제를 살려놓고 보자는 주장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라며 경제민주화 3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밝힌 경제민주화의 3대원칙은 △경제적 약자에겐 확실히 도움을 주고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정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 공생(共生)의 기업 운영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등을 의식한 듯 "요즘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있다. 한 쪽에선 '기업 활동을 너무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선 '경제민주화가 후퇴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면서 "난 이 두 얘기 모두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 쪽을 옥죄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만연했던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우리 경제 주체 모두 노력한 만큼 정당한 성과를 거두고 공동 발전할 수 있는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
전문가들 역시 경제민주화와 경제살리기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다만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되 경제여건을 봐가며 하자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필요하다는 점과 박 대통령이 직접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은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약속은 지킬 것"이라며 "단지 임기가 5년이기 때문에 경제상황에 따라 완급 조절이 있을 것이고 현재 조절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후퇴했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적어도 분명한 메시지를 국민과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대기업 규제 이미지로 집권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라는) 실리를 택할지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살리기를 분리해서 생각하자는 의견도 있다. 경제민주화는 법제도적 과제이자 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당장 경기가 어려우면 경기부양을 통해 경제살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어렵고 안 어렵고를 떠나서 제도는 장기간에 걸쳐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 상황과 별도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경제민주화 문제와 경제살리기 문제는 나눠서 봐야 한다"며 "정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불황이 오면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 실질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낮으면 경기 부양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가 곧 '경제살리기'이기 때문에 의지를 갖고 경제민주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 살리기"라며 "경제민주화라는 포괄적 측면에서 법제도를 창조경제와 동시에 보완해줘야 성장 정책을 펴는 데 있어 과실이 과거와 같지 않게 골고루 잘 분배되고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