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가들, 공격적 엔화 하락 전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이 전례 없는 부양책을 발표한 데 따라 엔화가 가파른 하락을 지속하는 한편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BOJ와 아베 신조 정부의 공격적인 부양책에도 유로존 부채위기를 포함한 리스크 요인이 부상할 때 투자자들은 엔화 ‘사자’에 나섰다. 안전자산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BOJ가 자산 매입을 대폭 늘리기로 한 데 따라 투자가들이 공격적인 엔화 하락 전망을 연이어 제시하고 있고, 이어 안전자산 논리가 더 이상 통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꼬리를 물고 있다.
5일(현지시간) 달러/엔이 200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99엔 선을 넘어선 데 이어 1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코테차 미툴 외환 전략 헤드는 “최근 몇 년간 움직임과 달리 엔화는 국내 정책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연말 달러/엔이 103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화를 움직이는 것은 국내 정책과 일본 및 미국의 국채 수익률 차이, 그리고 엔화가 펀딩 통화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하락 추이가 지속되는 한편 일본의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엔화 자금을 차입해 해외 고수익 자산을 매입하는 이른바 엔 캐리트레이딩이 보다 극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엔화 하락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투자가들은 특히 미국 국채 수익률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키프로스 사태와 최근 지표 부진에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지만 연초와 같은 상승 추이를 지속할 경우 일본 국채와 스프레드가 더 크게 벌어지고, 이는 엔화에 추가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NAB)의 레이 애트릴 외환 전략 헤드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엔화가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달러/엔이 올해 2분기 100엔을 넘어서고, 내년 중반까지 110엔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이 크게 꺾이면서 투자가들의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의 데이비드 포레스터 외환 전략가는 “지난주 미국의 고용 지표가 크게 부진했는 데도 엔화 상승폭이 지극히 미미했던 것에서 안전자산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며 “엔화 하락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