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풍경..빚내서 전세금 마련..반전세와 월세로도
[뉴스핌=한태희 기자]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전용면적 99㎡ 규모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최모씨. 그는 지난달 이 아파트의 전셋값을 기존 보증금보다 40% 올려 재계약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시세에 맞춰 올리지 못하면 이사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최씨가 재계약한 전세보증금은 1억4000만원.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최씨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1억3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 최씨가 2년 전 전셋값이 1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40% 오른 것이다. 이달에는 최씨와 같이 전세금을 올려 줘야할 사람이 전국적으로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로 나온 주택은 적지만 3월중 전·월세 재계약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5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3월 중 전·월세 재계약 예정 물량은 전국에 걸쳐 14만1587건에 이른다.
지난해 3월 전월세 재계약 물량(12만9806건)에 비하면 11.6% 증가한 수치다.
이중 수도권에 9만5488건이 몰려 있다. 3월 수도권서 전셋집을 구하기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자료 : 부동산 써브> |
전세금이 오르자 전세금 인상폭을 월세로 돌리는 일명 '반전세'가 늘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전셋값 상승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 비율은 63.9%로 2002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아파트 매맷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말한다. 아파트 가격이 내리거나 전셋값이 오르면 이 비율은 상승한다.
전셋값이 올라 세입자는 빚을 내서 전세가격을 올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더 싼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최씨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 달라고 말할 때 아찔했다. (전셋값이 더 낮은 집을 찾아) 의정부로 갈까 생각했지만 아내 직장을 고려해 대출을 받아 재계약했다"고 설명했다.
금액을 올려 전세로 재계약하기가 부담스럽고 이사하기도 어려운 세입자의 경우 반전세나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에서 중개업하는 한 중개사는 "셋집으로 나온 물량 중 10% 미만이 전세"라며 "집주인이 6000만원 전셋집을 보증금 3000만원에 월 30만원 형태인 반전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마저도 시중 금리가 낮아 집주인이 꺼리고 월세로 셋집을 내놓는다"고 덧붙였다.
종로구 명륜동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올 여름 전셋집을 재계약하는데 집주인이 반전세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