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관계자 “성명에 엔화 등 특정통화나 국가 언급은 없을 것"
- G7 '시장이 환율 결정'만 언급, 평가절하 표현 빠져
- 지난해 11월 G20 성명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 명시
[뉴스핌=권지언 김사헌 기자]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들은 공동 성명에서 각국이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을 자제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15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고 있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환율 전쟁을 두고 열띤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이날 다우존스는 G20 공동성명서 작성에 관여하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 각국의 통화정책 목표가 자국 통화가치 절하가 아닌 물가 안정과 성장에 맞춰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이 각국의 통화정책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주시할 것임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가 전한 성명서 초안 내용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들은 지속적인 환율 불균형을 피하고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는 한편 시장을 개방하고 보호주의를 거부하는 방법 등을 통해 글로벌 불균형을 축소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할 전망이다.
다만 관계자는 일부 국가들의 강력한 주장에도 불구, 최종 성명에서 특정 통화가 거론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 회원국, 특히 주최국인 러시아 등으로부터 공동성명 워딩 수위를 작년 말 멕시코 회의때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최종 성명에 반영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초안에도 엔화나 특정 통화가 언급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러 재무장관 "G7와 같은 생각이지만 문구는 다를 것"
이날 G20 의장국인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로이터통신과 대담에서 "신흥국들은 앞서 G7이 성명서를 통해 전달한 핵심 메시지를 지지하지만 G20 공동성명서의 최종 문구는 G7과 표현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이 지지한다는 대목은 G7이 '금융시장이 환율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극복과 경기 부양 노력이 통화 가치 약세를 유발하는 것과 관련해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이 아니라 경제의 경쟁(력)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G20 성명에 특정 국가가 언급되지 않더라도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가 언급될 것임을 시사했다.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 역시 이번 성명서에 특정국가가 언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만약 G20과 같은 단위의 성명에서 일본이 공식 언급된다면 과거 플라자합의와 루브르합의 때와 같은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인데,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G20은 성명서에서 명시적으로 "경쟁적인 평가절하의 자제"를 촉구한 바 있는데, G7은 이번에 이 같은 '경쟁적 평가절하' 대목을 빠뜨렸다.
일본 측 전문가들은 이러한 G7 성명서가 사실 미국이 일본의 경기 부양 노력과 엔화 약세 정책을 암묵적으로 지지한 결과로 나온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일본 통화정책에 대해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정책이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 일본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에 동참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환율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선진국 사이에 일종의 '양해각서'가 체결된 모습이다.
하지만 G7 내에서 일본의 입지는 G20에서 선진국이 신흥국과 맺는 관계와는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은 선진국의 강력한 완화정책이 자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면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꾸준히 '환율전쟁' 우려를 제기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일본이 엔 약세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는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면서, G20 회담이 시작되면 엔화 약세로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물론 신흥국이 모두 이런 입장은 아니다. 오스틴 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환율전쟁' 이슈를 부각시킬 경우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유발되어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등 어떤 나라에 순수한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순비용이 발생하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 참석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완화정책은 일본 국내경제의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극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완화정책이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 상승을 유도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G20에서 설명할 것"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김사헌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