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요금통제 15% 인하..코레일 영국선 요금폭등
[뉴스핌=이동훈 기자] "민영화되면 철도요금이 불같이 오르겠죠. 영국은 민영화 된 후 20년만에 세배가 올랐잖아요. 민간사업자는 이윤 추구를 위해 있는 집단인데 지금 코레일보다 요금이 오를 것은 당연하죠."
철도 민간경쟁(민영화) 도입의 최대 쟁점은 철도 운임이 오를지 여부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주장은 정반대다. 코레일은 영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운임의 '수직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을 통해 충분히 철도 운임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철도사고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린다. 코레일은 민간사업자의 안전관리 부실로 사고 위험이 증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토부는 철도시설관리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철도시설을 관리하면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 국토부, 운임단속 "코레일보다 무조건 싸다"
국민들에게 민영화는 요금 인상의 신호탄으로 인식돼있다. 당장 민자고속도로만 하더라도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국도에 비해 통행료가 1.5배에서 최고 2배 가량 높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민 다수가 우려하는 대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철도 민영화는 요금인상과 직결된다. 철도 민영화의 '나쁜 사례'로 꼽히는 영국의 경우 지난 2010년 기준 100% 민영화된 고속철도 특실의 운임은 1998년에 비해 150%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와 비교하면 배 가량 더 오른 것이다.
특히 런던~맨체스터구간은 민영화가 시작된 1993년부터 지금까지 운임은 208% 올랐다. 영국 철도 운임은 올해 들어서도 오름세를 멈추지 않았다. 영국 민영철도사들은 2013년 벽두부터 운임을 평균 3.9% 올렸으며 일부 구간은 9.2%의 운임 인상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영국정부는 2018-2019년도까지 철도산업에서 35억파운드(한화 약6조원)의 예산을 삭감할 입장이라 향후 요금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영국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가 모두 민영화된 일본의 경우 고속철도의 '신간선'을 한번 타는 것은 자취생들의 한달 생활비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국토부의 주장은 다르다. 지하철9호선이나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공공성이 떨어지는 SOC(사회간접자본)인 만큼 굳이 가격 통제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공공성이 높은 SOC인 철도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운임을 통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영화 노선인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서울시와 지하철 9호선 사업자와 초기 협약때 매년 운임을 인상할 수 있도록 명시돼 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반면 국토부는 수도권 KTX 사업자제안서(RFP)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요구한 규정은 현재 코레일의 KTX 운임보다 15% 내려서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2년 단위로 물가상승률보다 0.5% 낮은 수준에서 운임을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에 더해 코레일이 운임을 낮추면 민간사업자는 무조건 이보다 낮춰야한다는 조항을 운임의 산정기준에 담았다. 이 조건으로도 사업참여 의사를 보인 업체가 몇 군데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이야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은 공사 출범 이후인 2004년 이후 9년간 연평균 3.56%의 운임인상을 단행했으나 이 기간 물가상승률은 연 3.14%였다"며 "이 경우 민간 사업자는 연 2.64%의 운임인상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운임차이는 시작시점 운임보다 10%가 더 차이나게 된다"고 말했다.
즉 현재 추세대로 코레일이 연 3.5%가량 KTX 운임 인상을 단행하면 민간사업자와 코레일의 고속철도 운임 차이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철도 경쟁도입시 요금 인하효과 전망(자료: 국토해양부) |
국토부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그동안 철도, 도로 등 민영화 과정에서 운임 결정이 일방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된 것은 협약기술이 부족한데서 발생했다"며 "수도권 KTX 민간경쟁 도입에서는 민간사와 투명하고 확실한 협약을 통해 운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전문제, 시설은 국가가 관리
운임 다음으로 국민들에게 관심이 높은 분야는 철도 안전부분이다. 실제로 영국 국민들은 민영화 이후 대형 철도사고를 세 번이나 경험했다. 이는 지난 2002년 영국정부의 시설관리 부문을 재국유화한 단적인 이유가 됐다.
코레일은 민간사업자가 들어설 경우 철도 안전 부문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인건비를 낮출 것으로 코레일은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봤을 때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영국철도는 민영화 이후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철도사고를 3건 겪었고 기차 여행에서도 서비스 부족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국토부는 잇따른 대형 열차사고에 놀란 영국 정부가 지난 2002년 철도시설 부문을 재국유화한 다음 철도 사고가 눈에 띠게 줄어든 점을 주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민영화 직후인 지난 1996년 1754건의 철도 사고가 발생했으며 2000년에는 1801건의 사고가 발생하며 절정에 달했다. 이후 2002년 철도시설 부문 공기업인 '네트워크레일(Network Rail)'이 발족한 뒤 사고는 크게 줄어 2009년 104건에 머물고 있다.
영국의 대형 열차사고 추이(10억 킬로미터당 건수) |
코레일은 정부의 이같은 주장은 '난센스'라고 받아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토부의 주장은 여지껏 실현되지 않은 이상적인 결과를 예측한데서 나온 것 뿐"이라며 "민간사업자가 코레일 만큼 유지보수를 할 여력도 없거니와 철도공단이 이 업무를 대체하면 코레일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인건비 과다 계상이 철도공단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노선 폐지에 따른 철도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코레일은 교통은 '이동권의 자유'로 볼 때 권리이자 국가가 책임져야할 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가 수익성을 놓고 노선 존폐가 결정되면 결국 피해는 교통 사각지대에 사는 국민이 될 것이란 게 코레일의 이야기다.
국토부는 적자노선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극단적인 사례를 들면 한 시골역은 1일 이용객이 3명인데 이 역에도 역장과 부역장이 있다"며 "대량수송이 목적인 철도가 이런 구간까지 들어가야 교통복지가 달성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토부는 철도는 폐지하되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한 차량교통 등으로 대체를 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국토부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철도민간경쟁은 결국 지금 정체상태에 놓인 코레일의 경쟁력도 크게 높여주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코레일에게도 새로운 계기가 됨을 코레일 스스로 깨달았으면서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