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동양그룹이 고강도 경영개선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와 사업재편이 핵심 골자다. 특히 심장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돈되는 자산을 대거 내다 팔겠다며 나서고 있다. 상반기까지 목표로 한 자금 마련 계획은 2조원 규모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초반 속도는 더디다. 그림은 크게 그렸는데 이해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차입금 축소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게 채권기관 일각의 시선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동양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라면서도 "계획에 비해 잘될 수 있는지는 꼼꼼하게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사견을 전했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행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11일 투자은행(IB)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2조원의 자금을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룹의 핵심사업이라고 할지라도 사업재편의 그림에 포함되지 않으면 매각이 기본적인 방향성이다.
이는 그룹 핵심인 (주)동양의 부채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부채비율이 자그마치 679%에 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011년 말 연결기준으로는 927% 수준이다.
그룹의 자산총액 7조7700억원을 놓고 봐도 총 부채는 3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룹의 총 부채비율은 한때 900% 가까이 치솟으며 위태로운 재무구조를 보이기도 했다.
그룹 총 매출 역시 동양생명과 동양증권의 금융부문이 전체의 75%를 차지할 만큼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부문을 떼어 내면 제대로 돈벌이를 하는 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주)동양을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했을 정도로 금융권의 불신은 크다.
단적으로 (주)동양의 경우 KDB산업은행 여신은 2730여억원에 달한다. 기업어음(CP) 만기 등 그룹 차원에서 올해 초 당장 급한 돈이 7000억원 수준이다. 현금 유동성 확보는 이미 발등에 불이 붙은 셈이다.
동양의 자체 구조조정 로드맵은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12월 12일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기관들의 압박이 일부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구계획을 제대로 짜서 실행하지 않으면 신규 자금 수혈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때문에 동양그룹은 어떻게든 몸집을 줄여서 현금을 마련하면서 사업을 슬림화해 체질자체를 바꿔보려고 노력 중이다. 레미콘과 가전, 건재, 섬유, 플랜트 등의 주요 사업군 중에서 플랜트 정도만이 살아남을 대상이다.
당장 (주)동양은 핵심사업인 레미콘과 가전부문을 팔겠다는 계획이다. 건재와 섬유도 인수주체가 나타나면 곧바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매각주간사 선정은 진행 중이다.
동양은 첫 결과물로 지난해 12월 21일 동양시멘트가 보유한 선박 9척을 350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그다지 진척이 없다.
특히 자금 유입이라고 보기 애매한 계열사 간 거래가 잇따르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돌려막기 수준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단적으로 지난해 말 동양네트웍스는 동양레저가 꾸준히 매각을 진행하다 실패한 웨스트파인 골프장과 종로 가회동 빌딩을 각각 793억원과 130억원에 매입했고, 지난 10일에는 동양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주식 564만주(4.4%)를 주당 272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동양네트웍스가 움직이는 것은 만기가 돌아오는 CP 등 1400여억원의 필요 자금을 막기 위한 차선책으로도 풀이되는 부분이다.
고 이양구 회장의 부인이자 현재현 회장의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 보유의 오리온 보통주 15만9000주 처분(지난해 12월 18일)으로 마련한 1600여억원의 자금은 이런 용도에 투입된 것으로 IB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동양 관계자는 "동양매직의 매각주관사 선정이나 섬유부문 매각 추진, 동양네트웍스의 IT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개선 작업이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서 "계열사 간 돌려막기 보다는 시장상황과 거래조건이 맞아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