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재정절벽 협상이 극적 타결을 이루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면했지만 여전히 역풍이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축포를 터뜨렸지만 잔치를 장시간 즐길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 협상안, 변죽만 울렸다
상원에 이어 하원도 1일 재정절벽 협상안을 가결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크게 꺾였지만 투자가들 사이에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을 포함해 정작 핵심적인 알맹이는 협상안에서 빠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번 협상안에 포함되지 않은 부시 감세 항목이 자동 인상되면서 내수 경기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재정지출 삭감에 대한 문제가 이번 협상에서 통째로 빠진 만큼 이른바 ‘절벽’ 리스크가 여전히 잠재돼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삭감을 둘러싼 논쟁은 증세 문제보다 한층 더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어떤 내용이든 삭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경우 경제성장에 미치는 타격이 증세보다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함께 이르면 2월 초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놓고 워싱턴 정가는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공화당 하원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출 삭감 없는 부채 한도 상향 조정에 완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웰스 파고의 마크 비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는 한편 내수경기도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협상안 타결에도 월가 투자가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막판 절충과 별개로 미국 연방정부는 여전히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웰스 파고는 2013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2년 성장률 예상치인 2.2%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실업률도 7.7%로 고용시장 개선이 미미할 전망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경제 자문관으로 일했던 토마스 맥클라티는 “절벽 아래로 잠시 떨어졌다가 파라슈트를 펼쳐 다시 절벽 끝으로 올라온 상황”이라며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 이르다”고 말했다.
◆ 협상 타결에도 증세 후폭풍 불가피
백악관과 상하원이 재정절벽 협상에 극적 타결을 이뤘지만 세금 인상을 온전하게 피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급여세 인상이 내수 경기에 미칠 타격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4.2%였던 급여세는 올해 6.2%로 오른다. 연봉이 5만달러인 경우 세금 부담이 1000달러 늘어나는 셈이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대표는 “급여세 인상의 파장은 상당히 클 것”이라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급여세 상승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급여세 인상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0.6% 깎아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비정부 단체인 세금정책연구소는 이번 협상에서 누락된 부시 감세 종료 항목으로 인해 77%의 미국 가계가 올해 연방 세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됐다고 판단했다.
올해 연소득이 4만~5만 달러인 가계의 경우 평균 579달러의 세금 부담을 추가로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소득이 5만~7만5000달러인 경우 세금 부담은 822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의 조셉 라보냐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은 묵은 골칫거리를 해결하고 새로운 골칫거리를 떠안은 셈”이라며 “상당수의 투자가와 이코노미스트가 편협한 협상 내용에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