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부인권행사 요청할듯...웅진측 대응논리 고민
[뉴스핌=이연춘 기자]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의 회생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룹안팎에서는 법정관리 신청전에 실시한 웅진측의 경영행위에 대해 법원이 부인권(否認權)을 행사할지가 재차 최대 현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부인권은 법정관리 신청전에 해당기업이 행사한 경영관련 행위를 무효화하는 권리다.
금융권 채권단 중 일부 강경파는 자산매각 등 웅진 측의 사전 경영행위에 재산빼돌리기 의혹이 있다며 법원이 부인권을 행사해주기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웅진그룹 및 채권단 등에 따르면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재산상태, 회생절차경과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향후 회생절차 진행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의 부인권 행사 요청에 실사 등 검증 과정을 거쳐 필요하다면 웅진측 경영행위에 부인권을 행사한다.
회생절차에 따라 부인권이 행사 될 경우 웅진그룹이 법정관리 신청전에 전격적으로 실시했던 특정 자산 매각, 이전 등의 행위는 무효가 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 <사진=김학선 기자> |
무엇보다도 극동건설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자산을 다른 계열사로 헐값 매각 의혹이 증폭되면서 부인권 행사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게 채권단 주변의 관측이다.
극동건설은 지난달 25일 자회사인 오션스위치 호텔 지분 100%를 34억원에 웅진식품에 팔아치웠다.
제주에서 비즈니스호텔을 운영하는 비상장사인 오션스위치는 지난해 매출 107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오션스위치 호텔 건물의 가격은 장부가로 최소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정관리 직전 헐값에 알짜 회사를 다른 계열사로 넘긴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웅진 측은 이에 대해 "오션스위츠 호텔은 2년여에 걸쳐 매각을 진행했으나 부채가 많아 성사되지 않았다"며 "극동건설이 부도가 나는 상황에서 그대로 두면 오션스위츠도 부도가 나는 상황에 결국 웅진식품이 어쩔 수 없이 인수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매입가 34억 원은 절대 헐값이 아니며 공정한 가치 평가를 위해 회계법인 감정 평가를 받았다"며 "제주 오션스위츠 매각은 회원과 채권자 보호를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웅진홀딩스가 고의로 부도를 냈고 법정관리 신청 직전 계열사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530억원을 조기에 갚은 것도 논란거리다.
웅진에너지 차입금 280억원과 웅진씽크빅 차입금 250억원은 지난달 28일 상환 예정이었지만 각각 법정관리 전인 20일과 25일 갚았다. 극동건설이 150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상황에서 지주회사가 계열사에 진 빚만 먼저 갚은 셈이 됐다.
채권단 측은 이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부당 지급된 530억원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웅진 측은 이와관련, "극동건설이 지난달 말까지 해결해야 할 금액이 1180억원이었다"며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 채권자와 자금 보충 약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채무를 그대로 떠 안아야 할 처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웅진홀딩스의 신용 등급이 A-에서 BBB+로 하향된 상태여서 더 이상 신규 자금을 차입할 수도 없었다"며 "그룹의 자금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기업 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지주회사를 고의로 부도 냈다는 일부의 의견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웅진그룹 정상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웅진코웨이 매각 절차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채권단에서도 회생 절차에 웅진코웨이 매각 문제를 신속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 측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두고 지연 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지분 30.9%(약 2200만 주) 매각을 결정한 것은 올해 2월. 지난 7월 KTB사모펀드와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20여 일 만에 백지화했다. 경영권을 계속 갖는 조건도 포기하고, 매각처를 MBK파트너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매각이 계획보다 두 달 정도 늦어졌다.
결국 웅진코웨이를 매각하지 않으려고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는 게 채권단 측의 주장이다
웅진 측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웅진홀딩스의 자금 상황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웅진코웨이 매각이 일시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협의회에서는 이런 의혹들에 대해 부인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 측은 "계열사에 알짜 자회사를 넘기고 급전을 서둘러 갚았다는 것은 그때부터 법정관리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다른 채권자의 차입금을 갚기 위해 자금을 빌렸다가 갚지 않고 계열사로 되돌려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법정관리 신청전에 이미 기업도산 전문 회계법인과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원은 경영자의 횡령 등의 행위가 확인될 경우 언제든지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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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