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몰라"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위원회가 오는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로 사무실을 이전한다. 지난 2008년 서초동 이전 후 1년 만에 여의도에서 금융감독원과 동거를 시작한 지 4년 여 만에 또 다시 결별이다.
금융위에서는 조직 확장에 따른 공간 확보, 위상 확립 차원에서 세 번째 청사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선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서초동, 여의도, 세종대로로 이어지는 금융위의 잇따른 청사 이전이 다음 정권에서는 또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여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12일 정부부처 및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22~23일 청사 이전을 확정하고 이사 준비가 한창이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부처 개편과정에서 탄생한 금융위는 출범 초기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금융정책 업무와 집행 업무를 분리한다는 기조 하에 당시 기획예산처가 자리하고 있던 조달청 건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2009년 1월 금융감독원과의 업무효율 극대화라는 명목으로 여의도 금감원 사옥으로 1년 만에 되돌아오게 된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회사들과 소비자들이 민원 해결을 위해 서초동과 여의도를 번갈아 오가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되면서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해 각종 위기 극복대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두 기관의 긴밀한 업무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점도 금감원과의 한지붕 동거의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이후 여의도에서 금감원과 4년 가까운 동거 생활 동안 금융위의 조직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당시 200명이던 조직은 현재 250여 명 정도까지 늘어났다.
또 민간기관인 금감원과 한지붕 아래에 있으면서 정부부처라는 상징성이 희석된 만큼 위상 강화 차원에서 청사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실무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 사이에 저축은행 부실 책임론 등을 포함해 보이지 않는 알력과 갈등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 입장에선 이번 청사 이전을 통해 독자적인 영역 구축으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 지붕에 있으면서 금융당국간 아이덴티티와 책임소재도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위가 산하기관과 함께 있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도 "금감원 건물에 있으면서 외부에서는 금융위가 금감원 내부조직이라는 시각이 강하다"면서 "이번 청사 이전을 통해 금융위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 인식도 높아지고 위상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2009년 '여의도 컴백'이란 전철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연말 대선 이후 정부조직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불확실한데다, 지난번처럼 업무 비효율화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의도 이전 압박이 또 다시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정부 조직개편 방향과 함께 별거에 따른 비효율성이 또 다시 부각될 경우 다시 합쳐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금융위가 청사를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고 전했다.
만일 차기 정권에서 금융위의 네 번째 청사 이전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위는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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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