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들어 네번째 '회장과의 해외 동행'
[뉴스핌=이강혁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오른쪽에는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왼쪽에는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조를 맞춰 걸었다. 흐뭇한 미소의 이건희 회장은 부인과 맏딸의 손을 잡고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0일 김포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출국하던 이건희 회장 곁에는 이번에도 이부진 사장이 당당히 섰다. 올해 들어 이건희 회장의 각종 경영현장에서 모습을 보였던 이부진 사장. 업무차 떠난 해외출장에는 여지없이 이부진 사장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이처럼 올해 들어 이건희 회장의 경영현장에 자주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계는 그의 삼성 내 역할 확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업은 물론 후계경쟁에서도 '리틀 이건희'란 별칭답게 그녀가 부친의 총애 속에 당당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올해 해외출장은 총 다섯번 이루어졌다. 이번 홍콩 출장을 포함해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세계전자제품박람회) 현장을 돌아봤고, 3월에는 하와이, 5월에는 유럽시장 점검에 나섰다. 그리고 7월에는 가족들과 함께 런던올림픽 현장을 찾았다.
이중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하와이 출장을 제외하고는 이번까지 네번째 '회장과의 동행'에 나서고 있다. 연초에 열린 신임 임원 행사때도, 호암상 시상식때도. 그녀는 이건희 회장의 국내 주요 일정에 빠짐없이 참석해 지근거리 보좌를 마다하지 않았다.
때론 이건희 회장의 핵심 참모역으로, 때론 삼성의 당당한 CEO로, 때론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으로 이건희 회장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부진 사장의 모습에서 재계는 이건희 회장의 복심과 그녀의 몰라보게 달라진 그룹 내 위상을 눈여겨 보고 있다.
사실 이부진 사장의 지난 행보를 보면 그녀가 이건희 회장 자녀 중 가장 숨가쁜 발걸음을 옮겨왔다는 점은 잘 나타난다. 이에 따른 그룹 내 영향력 확대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단적으로 이부진 사장은 파격적인 초고속 승진으로 삼성의 오너 3세 경영인 시대를 이끌고 있다. 그녀는 현재 삼성경영에서 의심의 여지없는 '황태자'로 꼽히는 오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보다 먼저 계열사 대표이사 직함을 달았을 정도다.
지난 2010년 연말 인사를 통해 전무 직함에서 부사장직을 뛰어넘어 사장으로 직행한 것도 그룹 안팎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일대 사건이다. 이재용 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3년 연한을 꽉 채워 CEO 역량을 갖춘 바 있다.
이부진 사장의 경영롤도 그룹 내는 물론 3세들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녀는 호텔신라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과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경영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비(非)전자계열의 글로벌 일류화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사업 간 경영전략과 시너지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건희 회장이 자녀들에 대한 후계 그림을 공식적으로 공표한 바는 없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게 이건희 회장이 자녀의 승계 문제에서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창업주 2세인 이건희 회장 대(代)에서 범삼성가(家)가 형성된 것처럼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이건희 회장 3남매 역시도 이런 구도의 '몫'이 정해질 것이란 시장의 전망이 후계 그림이라면 그림인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이건희 회장이 취임 25주년을 맞아 후계구도를 보다 구체화하리라는 전망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이부진 사장에게도 또다른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재계에서는 나온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중심인 삼성전자를 대표하고 있는 이재용 사장이지만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는 계열분리가 됐든, 경영의 변화가 됐든 이부진 사장의 역할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대표적이다.
삼성가가 전통적으로 여성 경영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점과, 최근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역할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재계 한 인사는 "대선에 여성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꿈꾸며 약진하는 것만 보더라도 재계의 경영현장에서 여성 후계자의 존재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면서 "이건희 회장이 올해 들어 부쩍 이부진 사장을 자주 데리고 다니면서 그의 인맥을 불려주고 세계와 경영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것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 삼성가 3세 후계 승계의 큰 그림은 상당부분 그려졌지만 세밀한 마무리와 색깔입히기는 지금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서 후계자로 낙점받은 주 이유로 경영능력을 들고 있는 것 처럼, 자녀의 경영능력을 현장에서 점검하고 싶은 게 이회장의 마음일 수 있다"고 이번 홍콩 출장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용 사장이 삼성전자를 대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얼굴'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패션과 광고 분야의 글로벌화 주역으로 인정받고 있는만큼 이부진 사장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애정이 어떤 결과를 낳게될지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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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관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사진=뉴스핌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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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