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황 악화 초래 지적 일어
[뉴스핌=유혜진 기자]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을 1년 앞둔 지난 2008년 일시에 증권사 8개사를 인가, 증권업황 악화를 낳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8년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받은 8개 증권사 중 KTB투자증권을 제외하고 7개 증권사는 2012 회계연도 1분기(4~6월) 평균 8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별로는 LIG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은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2008년 설립된 증권사는 KT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LIG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BOS투자증권, 애플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등이다.
토러스투자증권(-26억원)과 애플투자증권(-10억원), 비오에스증권(-1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19억원) 등 3개사 역시 전 회계연도에 이어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만성 적자를 시현, 대부분 증권사가 영업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등이 6월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부장은 "시장 여건 악화와 업계 내 치열한 경쟁으로 상당수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물론 심지어 자본금을 까먹는 등 신생 증권사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증권업 구조를 보다 깊이 고려해 인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생 증권사 증가로 업황 악화를 더 부추겼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2008년 인가 이후 증권사에서 10곳 가운데 1곳 꼴로 자본잠식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63개 증권사 가운데 앞서 3월 말 기준 결손 증가로 자기자본이 자본금을 밑도는 전액 또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곳은 모두 8곳으로 전체에서 12.70%를 차지했다.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설립을 한꺼번에 인가하기 이전인 2007년 3월말 당시 3개사에 그치던 자본잠식 증권사가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
증권업계가 사실상 내수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증권사 수만을 늘림으로써 과당경쟁으로 업황이 악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업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1%도 안 되는, 사실상 내수에 100%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이들 간에 지점 늘리기, 수수료 낮추기 등 '출혈경쟁'을 벌인 탓에 증권업의 불황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통해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계산에서 증권사 설립을 한꺼번에 인가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라며 "결국 구조조정을 통해 증권사의 수를 줄여 위기를 타개해야하는데 증권업의 시장은 사이클이 있어 부진, 침체를 단기적인 모면하면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어 수익을 내 버텨내는 구조가 반복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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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유혜진 기자 (beutyfu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