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불황에 성과 못내..안방 수익 급감 겹쳐 고민 가중
[뉴스핌=정탁윤 기자] 주가하락과 거래대금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사업에서도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 위주에서 탈피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앞다퉈 '해외로!'를 외쳤지만 전략 부재와 현지화 적응 실패 등 으로 뚜렷한 실적을 못 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글로벌 대형 투자사들과 경쟁하고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라도 해외사업은 필수로 여겨져 증권사들의 고민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국내 19개 증권사가 14개국에 진출해 93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중인데 작년 당기순손실이 9380만달러(1071억원)로 조사됐다. 전년(-6260만 달러)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유럽위기 여파에 따른 해외시장 여건 악화와 높은 신설점포 비중, 홍콩지역의 큰 폭 손실로 인해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손실을 냈는데 특히 글로벌 금융거점인 홍콩과 일본, 영국 등 에서의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표>
▲ 표 : 금융감독원 |
◆ 쌓이는 적자에 인원 축소·전략 수정
쌓이는 적자에 해외 사업을 축소하거나 재조정하는 증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삼성증권은 홍콩법인 인력을 절반이 넘게 대폭 줄이고 위탁매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지물은 당분간 중지하고 한국물 중심으로 운영중이다.
삼성증권의 해외법인 실적은 2010년에 450억원, 2011년에 600억원대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홍콩에서만 지난해 200억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증권도 홍콩법인의 인력을 감축하고 법인장을 교체했다. 현재 영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대증권은 지난 2007년 10월 동남아 교두보 차원에서 설립했던 베트남 호치민사무소를 폐쇄했다. 주식중개와 투자은행(IB) 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현지 상황과 맞지 않아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영국 런던법인을 청산했고, KB투자증권도 지난해 홍콩법인을 페쇄했다.
증권사 한 고위 임원은 "글로벌 불황에다 유로존 위기까지 겹치며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대형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이 넘긴 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철저한 현지화전략으로 돈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여의도 증권가(사진=뉴스핌 DB) |
유로존 위기 등 외부변수로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사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외환위기때 외국자본이 국내에 유입돼 큰 수익을 얻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유럽위기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해외 금융기관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해외에서 일부 전략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면서도 '큰 그림'은 계속 그려 나가도 있다.
대우증권은 홍콩 현지법인을 아시아태평양본부로 삼아 단계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 2009년부터 본사와 해외 거점들 간의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도입하고, 주식중개영업(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세일즈 앤 트레이딩 등 기능을 확대했다. 특히 '세일즈 앤 트레이딩' 기능 강화를 위해 자본금을 3억달러 규모로 늘리기도 했다.
'국제통'인 김기범 신임 사장 역시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지난 2일 취임 기념 사내방송에서 "해외 사업을 과거 브로커리지나 전통적인 IB에 국한하지 않고 자기자본투자(PI) 사모펀드(PE)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역량을 강화시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김기범 사장이 새로 취임해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중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해외사업 전략은 조직 개편 후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투자증권도 큰 틀에서의 해외사업은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 '아시아 탑 5' 투자은행 진입이란 중장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신한' 브랜드가 자리잡은 홍콩과 상해 등을 아시아 및 중국 본토를 담당하는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고 현지 경제성장에 따라 베트남 사무소를 IB(투자은행) 비즈니스 창구로 활용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업종에 있어 해외시장 철수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며 "제조업이 해외 진출했다가 철수하는 개념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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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