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정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내년 초 이른바 재정절벽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이미 이 같은 현상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가의 투자가와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재정절벽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년 세금 인상을 예측한 기업들이 지출과 투자를 축소하는 한편 고용 창출에 소극적이며, 이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미셸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절벽은 올해 말, 내년 초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이미 경제 저변에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11월 대선 전 앞으로 수개월 사이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경제지표에서 드러나듯 고용과 기업 투자가 지극히 부진한 상황이다. 제조업이 위축 국면에 접어드는 등 회복 모멘텀이 이미 약화됐고, 연말까지 성장률 역시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가들은 1분기 경제 성장률인 1.9%가 연중 최고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성장률이 1.5%로 저하되는 등 연말까지 하강 기류를 탈 것이라는 주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25만달러 미만의 가정에 대해 감세를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이는 재정절벽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일 뿐 아니라 의회 승인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판단이다.
리벤달 애셋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리벤달 대표는 “유럽이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가파른 성장 둔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와 제조업, 고용에 이르기까지 6월 경제지표가 일제히 전문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됐고, 연말로 갈수록 회복 모멘텀은 더욱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BOA-메릴린치는 기업 투자가 더욱 급격하게 꺾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