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西 구제금융 호재보다 악재로 받아들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의 자금 지원 요청은 뉴욕증시에서 반나절짜리 호재에 그쳤다. 강하게 출발한 주요 지수는 불과 몇 시간 사이 상승분을 모두 반납, 전강후약의 흐름을 연출했다.
스페인의 1000억유로 자금 지원 요청 소식에 반색했던 투자자들은 곧 이를 호재보다 악재로 받아들였다.
유럽 증시가 하락 반전한 것도 이날 뉴욕증시의 약세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각)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는 1만2411.23으로 마감해 142.97포인트(1.14%)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8.69포인트(1.70%) 떨어진 2809.73을 기록했고, 대형주로 이뤄진 S&P500 지수는 16.73포인트(1.26%) 내린 1308.93에 거래를 마쳤다.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스페인의 금융권을 정상화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부채위기가 급속하게 전염되면서 이탈리아도 구제금융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주말 스페인 정부는 금융권 정상화를 위해 EU로부터 1000억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는 데 동의했다. 정확한 지원 규모를 포함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스페인 금융권과 부채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가운데 뉴욕증시의 금융주가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주말 총선을 앞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발렌타인의 아드리언 콘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영속성 없는 구제금융 계획에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의 존 캐리 펀드매니저는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투자자들은 스페인의 자금 지원 요청을 유로존 부채위기를 넘는 데 거쳐야 할 수많은 과정 가운데 한 가지로 여길 뿐”이라고 전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유로존 위기로 인해 뉴욕증시가 지난해 약세장을 연출한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움직임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4월말부터 10월 초까지 S&P500 지수가 19% 하락했던 것과 같은 하락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고점에서 지수는 7%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발 앤 게이너의 매트 맥코믹 펀드매니저는 “스페인 금융권 지원은 또 하나의 미봉책일 뿐”이라며 “유동성 공급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1000억유로가 충분하지도 않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만큼 시장 변동성 역시 진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진단이다.
데이비드슨의 프레드 딕슨 전략가는 “주식은 물론이고 국채 시장도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별로 애플은 애플 맵스를 포함해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맥 신형을 공개한 가운데 1.51% 하락했고, JP모간이 2.49% 내린 것을 포함해 골드만 삭스(1.85%) 뱅크오브아메리카(3.57%) 등 은행주가 약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