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 은행권의 자금 지원 기대로 상승 흐름을 보이던 유로화가 하락 반전했다. 구제금융 움직임이 오히려 부채위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시장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달러화와 엔화, 영국 파운드화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11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1.2487달러를 기록, 0.24%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는 1.25달러 선의 저항이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엔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엔이 0.29% 떨어진 99.18엔에 거래됐고, 달러/엔은 0.01% 내린 79.47엔으로 약보합을 나타냈다. 이날 달러 인덱스는 82.60으로 0.20% 상승했다.
파운드화도 유로 대비 상승했다. 유로/파운드는 0.36% 하락한 80.60펜스에 거래됐다.
이날 유로화 약세는 1000억유로의 지원이 스페인 금융권 부실 해소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유로존 부채위기가 날로 깊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장 초반 유로화가 일시적인 상승 흐름을 탔지만 유로존 내 4위 경제국의 구제금융 요청을 투자자들은 반기지 않는 표정이다.
웨스트팩 뱅킹의 리처드 프라눌로비히 외환 전략가는 “유로/달러가 1.26달러를 뚫고 오르지 못한 데다 스페인 및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유로화에 대한 하락 압박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외환 선물 거래자들은 달러 대비 유로화 하락 베팅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렸다. 지난 5일 기준 한 주간 유로화에 대한 넷숏 계약은 21만4418건으로 1만1003건 증가했다.
노바 스코샤의 스티브 버틀러 트레이더는 “유로/달러가 1.25달러 아래로 밀린 것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파운드화 강세와 관련, 캐나다 CIBC의 제러미 스트레치 외환전략 헤드는 “영국 경제 펀더멘털 역시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다만 유로가 아닌 다른 유럽 통화를 보유해야 한다면 영국 파운드화 이외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