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종교인 과세 문제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박재완 장관이 종교인 과세 문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라며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재정부 내부에서도 “소득이 있으면 과세를 한다”는 과세 원칙을 강조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채비를 마쳤다.
또 그간 종교 지도자들의 세습과 헌금의 사유화에 따른 비리에 대한 비판의식이 고양되고, 지하자금화에 따른 비생산적 성격 등으로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종교인 과세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특수성, 그리고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입법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사회 기득권 또는 특권층에 대한 비판의식이 커졌고 경제사회의 투명성과 합리성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주어진 상태이다.
더욱이 한국 경제사회가 성장 일변도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그를 위해 재정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과세 부문 축소 등 세원 확대의 필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한편에서는 정치권의 ‘무조건 복지’를 견제하면서 사회의 근간인 과세원칙을 전부문으로 확대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 재정부, 종교인 과세 기본원칙, 단계적 도입 검토
20일 기획재정부의 백운찬 세제실장은 “원칙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종교인 과세 문제도 이에 맞춰 합당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 실장은 “종교인 과세 문제는 당장 떠오른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검토해 온 중장기적 사안”이라며 “다만, 적용 시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과세 대상 등의 기준이 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지난 19일 머니투데이방송(MTN)과 인터뷰에서 "(종교인 과세는) 국민 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원칙적으로 과세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지금까지 느슨했던 과세 현실을 감안해 (세금 부과를) 시작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며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할이지 검토 중이나 미뤄 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지금까지의 관행과 예우 등으로 사실상 과세를 엄격하게 하지 않았던 것이 관습이라면 갑자기 세금을 거두는 것은 신뢰나 기대 측면에서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종교 활동의 특성이 있으므로 경비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신도로 이어지면서 종교탄압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정치의 계절을 맞아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길 꺼리는 문제여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 일반 국민들, 종교인 과세 찬성
그렇지만 종교계나 정치권의 특수층의 시각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은 이미 종교인에 대한 과세에 대해 지지하는 성향이 큰 상태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들은 ‘납세의 의무’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종교인들 역시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의무를 다하라는 목소리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27일 19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정교분리 시민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4.9%가 성직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에 찬성했다.
종교별로는 천주교 신자의 71.4%, 불교 신자의 69.8%, 기독교 신자의 60.4%가 찬성했다.
현재 천주교 사제는 지난 1994년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소득세를 내고 있다. 개신교는 목사의 납세 문제가 일부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진전된 논의는 없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공공기관 근무 스님 등 일부 성직자만 소득세를 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박재완 장관께서 종교인 과세 문제를 말씀하신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론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이미 검토한 지 오래된 사안이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과세방법 등의 신중성을 기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종교인 과세 문제는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라며 “특히 선거계절에 이슈화되면서 한국사회가 투명화되는 데 진전이 있다면 긍정적이나 정치적인 논란만 있고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교인 과세로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면서도 “그렇지만 실제로 세금을 낼 수 있는 과세대상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의 원칙을 견지하고 사회의 건강성을 이뤄가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교자유정책연구원(www.kirf.or.kr)은 전 학교종교자유를위한 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김주원 변호사, 재가연대공동대표인 박광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전 전국교사불자연합회 회장을 맡았던 임완숙 인드라망공동체 공동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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