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 6년간 34%나 하락한 미국 주택가격이 조만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가의 유력 금융주간지 배런스(Barron's)는 17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Ready to Rebound")를 통해,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2006년 2분기 기록한 고점에서 지난 2011년 말까지 33.8% 하락했는데 이 주택가격이 올해 바닥을 찍고 내년 봄부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전문가들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주택가격은 올해 0.2% 추가 하락한 뒤 내년에 1.2%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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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AR,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배런스에서 인용 |
◆ 美 경제 짖누른 주택가격 하락세, 내년 초 바닥지난다
그 동안 미국 주택가격 하락세는 라스베이거스나 피닉스 그리고 마이애미 등지에서는 더욱 심각했는데, 고점 대비로 각각 61%, 55% 및 5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같은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음(陰)의 부의 효과는 대공황 우려를 낳았으며 최근 경기 회복세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무디스 어낼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Mark Zandi)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주택 차압이나 숏세일(대출금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처분하는 것)로 인해 미국 내 7600만 명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자들 중 500만 명이 집을 잃었으며, 현재 1400만 명 이상이 보유한 주택 가치보다 더 많은 담보대출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주택소유자들의 주택내재자산 중 7조 4000억 달러가 날아간 것으로 추정되며, 주택건설산업에서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사실 올해도 주택가격 전망은 밝지 않다. 다만 미국 주택소유자들의 악몽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는 희미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되며, 아직은 가능성이지만 곧 바닥을 지나서 내년 봄부터는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최근 개선 양상을 이어가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이 석달 연속 강하게 회복되면서 소비자신뢰지수가 끌어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게다가 은행권의 대출기준이 강화되어 있어 주택담보대출을 얻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거의 사상 최저치인 모기지금리와 주택가격의 하락세로 인해 주택 구매 비용이 저렴해졌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산출하는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올해 1월 현재 206으로, 미국의 평균적인 가계의 소득이 보통주택을 한 채 구입할 때 필요한 비용의 두 배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 2006년 7월 주택거품이 극에 달했을 때 기록한 102.7의 두 배나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몇년 사이 미국 주택가격 하락세는 차압된 주택의 강제 매각이나 숏세일이 주도했는데, 이 경우 주택판매 가격은 정상시장 가격보다 30%나 낮은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팔리지 않고 남은 빈 주택이나 콘도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는 주택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이미 도심의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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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배런스에서 인용 |
◆ 일부 대도시 주택가격 상승세로 전환 중
실제로 문제주택과 정상주택 가격을 나누어 집계하는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CoreLogic)의 주택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4.7% 하락했지만, 문제 주택을 제외할 경우 하락 폭이 0.9%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정상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에 0.2% 오르더니 올해 1월에도 0.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지역의 경우 부유층이 많은 백베이(Back Bay)와 비컨힐(Beacon Hill)의 경우 주택시장이 양호하지만 폴리버(Fall River) 지역은 아직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현상은 미국 전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놉힐(Nob Hill) 인근은 최근 주택가격이 크게 회복되고 있지만, 스탁턴 지역은 아직도 매도세가 한창이다. 산타모니카 부동산 시장은 기상이 맑음이지만, 그 동부 인근은 아직도 흐리다. 마이애미의 사우스비치(South Beach)가 강세인 반면 하이얼리어(Hialeah) 지역은 그렇지 않다.
또한 그 동안 주택가격이 워낙 크게 하락해서 이제는 올라가는 일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지역도 많다. 디트로이트 지역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년대비 0.5% 상승했는데, 애틀랜타 지역 주택가격이 12.8%나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12월 한달로 보면 마이애미와 피닉스가 각각 월간 0.2% 및 0.8% 오르면서 유일한 가격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배런스는 물론 미국 주택시장에 아직도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며, 주택가격의 움직임은 매우 길고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속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은행권의 대출이 어려운 데다,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주택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체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문제주택의 기준에 도달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인데, 마크 잰디의 추정에 따르면 그 수가 367만 채가 넘는다.
잰디는 이런 차압이나 숏세일 등의 요인 때문에 올해도 미국 주택가격이 내년 봄 바닥을 칠 때까지 아직 추가로 연간 5% 정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어려움 지속되는 주택시장, 바닥에 도달.. 선행지표 개선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비록 필라델피아 연준의 조사 결과는 올해 가격 하락 폭이 작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충분히 가격이 하락한 뒤이기 때문에 하락 폭의 전망 차이는 실제로 크지 않다. 또한 내년에 주택가격이 소폭 상승한다고 해도 그 폭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인들의 투기 대상으로서의 주택에 대한 관점이 많이 변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주택가격이 반등하면 팔아치우려는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개발한 가격모형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 주택가격은 명목으로 30% 상승할 때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연간 실직 투자수익률은 1%에 그치게 된다. 조세의 변화까지 고려할 경우 거의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미국 주택시장은 비관적인 요인보다는 낙관적인 요인이 더 많다.
앞서 잰디가 추정한 370만 채에 달하는 문제주택 후보군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에 추정한 453만 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또 30일이나 60일 정도의 초기 연체에 해당하는 비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잰디는 미국 정부의 주택정책에 따라 문제 위험 주택 규모가 70만 채 이하까지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어로직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플레밍의 경우 이러한 '그림자 주택재고(shadow inventory)'가 160만 채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존주택매매의 28% 수준으로, 2011년 2월 기록한 사상 최대 비율인 33% 수준까지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플레밍 수석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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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quifax. 무디스어낼리틱스. 배런스에서 재인용 |
미국 인구의 변화나 가구의 형성 추세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인들의 주택수요는 계속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융 위기 발발 이후 미국인들의 가구 형성은 연간 30만 가구로 지난 2005년의 170만 가구에 비해 크게 위축됐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 평균 130만 가구의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배런스는 미국 내에서는 주택가격 추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가 비록 주택 가격 전망을 내놓고 있지는 않으나, 중요한 선행지수인 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주택시장지수는 주택건설업체들의 현재와 향후 시장 여건 그리고 주택구매자의 방문동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근까지 5개월 연속 개선 추세를 보이면서 2007년 이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실러 교수는 배런스기 정확히 7년 전에 이 지수가 고점을 지날 때 미국 실질 주택가격이 50%나 급락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그 동안 실질 주택가격이 40% 하락했다는 점에서 이 관측은 거의 정확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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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