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우리나라가 유럽의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유럽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원방식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를 거쳐 추가 출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 규모나 시기는 오는 25~26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군사적으로는 유엔(UN) 평화유지군 참여가 있었으나 선진국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23일 기획재정부의 고위관계자는 “IMF쪽에서 유럽의 구제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우리 정부는 원칙적으로 참여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G20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며 “지원 규모나 시기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으나 G20 실무 및 재무장관회의 등을 통해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8년 이래 글로벌 위기 타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국제공조를 주장한 바 있으며,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2010년 의장국으로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한중일 통화스왑 등을 통해 외환금융안정을 이뤄낸 바 있다.
그렇지만 이에 앞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지원받으면서 혹독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견뎌내며 위기 극복을 한 전례가 있다.
◆ IMF 5000억달러 재원확충 추진
현재 IMF는 유럽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차적으로 5000억달러의 자금확충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앞서 IMF는 지난 1월 18일 공식 성명을 통해 유럽 재정위기 등 금융위기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모두 1조달러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예상한 바 있다.
지난 21일 유럽재무장관들은 회담 결과 그리스에 대해 2차 구제금융 13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가운데 IMF는 10% 수준인 130억 유로를 지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MF는 1차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300억 유로를 지원했으나 최근 재원 부족을 겪으면서 2차 구제금융 규모를 줄인 가운데 G20 등 회원국들한테 재원확충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이다.
IMF가 상정한 1차 5000억달러 규모의 재원확충 방안 중에서 2000억유로는 유럽연합 국가들이 출자하기로 합의하였고, 나머지 약 3000억달러의 재원은 중국, 일본, 브릭스 등 G20 국가들과 석유수출국가들한테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IMF 재원확충 문제, 멕시코 G20 재무장관회의 핵심 현안
특히 25~26일 열리는 멕시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IMF 재원확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핵심 의제가 되면서 구체적인 안에 대한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프랑스 깐느 정상회의에서 차기 재무장관회의에서 IMF 재원확충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번 멕시코 G20 재무장관회의가 첫 번째 회의인데다 유럽 사태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원확충 방식은 IMF 이사회와 지난 1월 G20 재무차관회의에서 다양한 옵션이 논의된 바 있다. 대체적으로는 ▲ 회원국간 양자차입 ▲ IMF 특별인출권(SDR) 활용 ▲ 관리계정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부 박재완 장관도 이번 G20 멕시코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세계 경제 현안과 공조 방안을 논의하면서, 유럽 차원의 자구노력과 IMF 재원 확충 방안에 대한 참여 여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의 류상민 협력총괄과장은 “현재 IMF의 단기적인 재원확충 방안으로는 IMF와 회원국 양자차입계약 체결 방안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멕시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는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 및 IMF 재원확충 문제 외에도 세계경제, 거시정책 공조, 국제금융체제, 규제개혁 및 에너지/원자재 등의 상설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 유럽국가 적극 요청, 일본과 중국도 동참 입장
일단 IMF 재원확충과 유럽구제금융지원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들이 IMF의 지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도 참여한다는 데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유럽 부채 위기에 공동 대응할 것이라는 공동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일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과 왕치산 중국 부총리간 회동 이후 일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일본과 중국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 국가들의 노력 확대라는 전제 하에 G20 및 IMF 회원국들과 협력해 유럽 부채위기 해결을 위한 IMF 재원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한 아즈미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중국은 유럽이 더 강력한 방화벽을 필요로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면서도 “IMF가 대출여력 증강을 위해 미국과 일본, 중국에 참여 확대를 촉구할 것인 만큼 우리도 공동 지원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중국도 지난 21일 외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채무문제 해결을 위한 유럽연합(EU)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며 유로화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며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EU 및 IMF와 지속적인 공조를 통해 공동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부주석은 아일랜드를 방문할 당시 중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고 명시했으며, 원자바오 총리도 2월 초 가진 중-EU 정상회담에서 이와 같은 약속을 명시한 바 있다.
◆ G20 회원국간 이견 여전, 미국 유보적 태도 변화 관건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국제공조,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IMF의 재원확충 방안에는 원칙적인 참여를 약속하고 있지만, 재원확충의 규모와 시기에 대해서는 회원국간에 이견이 여전한 상태이다.
특히 IMF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가 아직은 강경하다. 무엇보다 IMF 재원확충에 앞서 유럽이 자구책을 좀더 확실하게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발언할 때마다 “유럽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말을 하면서 IMF 재원확충 등의 지원프로그램에는 애써 외면하거나 도외시하고 있다.
미국 역시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태에서 코가 석자인 상태이기도 하지만 올해 말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국민들의 고통이 여전한 상황에서 공화당과 반목하면서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자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내에서는 독일이 가장 보수적인 입장으로 그리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러 재정 불량국가들한테 긴축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구제금융지원을 검토하는 상황이어서 IMF 재원확충 문제는 비켜가기 어려운 상태이다.
특히 유럽 회원국가들은 유럽 차원에서 충분히 자구책을 강구한 만큼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글로벌 차원의 공조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21일 일본의 아즈미 준 재무장관은 G20가 유럽 채무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추가 출자를 검토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아즈미 재무상은 이날 내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5~26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회원국들이 IMF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확고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즈미 재무상은 “이번 회의에서는 채무위기를 막기 위해 IMF를 통한 자금 지원 계획을 검토하는데 회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다만 필요하다면 일본 정부는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과 IMF 재원 확충방안에 대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의 류상민 국제금융협력총괄과장은 “멕시코에서 열리는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재원확충 규모와 시기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라며 “회원국간 이견이 좁혀질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의 안남기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멕시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를 목표로 했던 IMF 재원 확충안은 국가간 이견으로 인해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오는 4월 G20 재무장관회의로 지연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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