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생상품 시장 통해 '우려감' 수치로 확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발행이 순항하면서 부채위기가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부채위기 국가가 국채 발행에 강한 수요몰이를 하며 낮은 비용에 자금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국채 매입 자금원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이라는 관측이 투자자들 사이에 기정사실화됐지만 적어도 급한 불을 껐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그리스 채무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연초 이후 유로 상승에 일정 부분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부채위기에 대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시장의 판단이 파생상품 시장을 통해 수치로 확인됐다.
24일(현지시간) 스페인은 3개월 및 6개월물 국채를 25억700만유로 규모로 발행했다. 3개월물 국채 발행 비용은 1.285%로 지난달 1.735%에 비해 크게 하락했고, 6개월물 역시 전월 2.435%에서 대폭 떨어진 1.847%에 발행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이달 발행해야 하는 국채 물량을 거뜬히 채웠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오히려 낮은 비용에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스페인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올들어 유로존 국가의 국채 발행은 기대 이상의 호조를 이뤘다. 이에 따라 국채는 물론이고 외환시장까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상당 부분 진정됐다.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잇달았다.
셀프 뱅크의 코바돈가 페르난데스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와 달리 국채 투자자들이 그리스와 그밖의 주변국에 대해 차별화된 평가를 내리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신용부도스왑(CDS) 추이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ECB의 유동성 공급으로는 근본적인 부채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출금에 의존한 국채 매입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금융권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
JP모간에 따르면 마르키트 아이트랙스 파이낸셜 인덱스는 이날 10.5bp 상승한 234.5를 나타냈다. 후순위채를 추종하는 지수 역시 16bp 오른 419를 기록했다. 금융권 신용의 질적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포르투갈 CDS 프리미엄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물 포르투갈 CDS 프리미엄은 13bp 오른 12.7%를 나타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매니징 디렉터는 “국채 발행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별도로 스페인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 신뢰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경제가 침체로 다시 빠져들었고, 침체가 예상보다 깊을 경우 부채위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스페인 정부의 긴축안 및 재정정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