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몇 년간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은 투자전략 가운데 하나가 미국 국채에 대한 매도 포지션이다.
채권왕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필두로 미국 국채 하락에 베팅했다가 쓴 맛을 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불을 당기면서 미국 국채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미국 국채 매도를 권고하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국채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다. 또 유동성 함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국채의 투자 매력이 지극히 낮다는 주장이다.
과거 일본을 강타한 유동성 함정이 유럽과 미국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점차 크고 깊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과 독일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투자자금이 밀물을 이루고 있지만 실상 가장 리스크가 높은 자산이라는 것.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이 진단하고 케인스 학파가 말하는 리스크/보상 측면에서 국채 매수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FT는 유동성 함정의 전제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단기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동시에 채권 수익률이 최저 수준까지 내리꽂힌다. 이와 함께 실물경기의 성장이 생산력을 밑돌아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은 여전히 유동성 함정에 갇힌 상태이며, 유럽 선진국과 미국이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FT는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보다 깊은 유동성 함정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함정은 경제 펀더멘털을 무너뜨리는 속성을 지닌 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 투자가 해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이와 다르다고 FT는 주장했다.
미국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한계 수준인 1.3%까지 밀린다고 가정하더라도 12개월간 기대 수익률이 7% 선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 역시 고객들에게 국채 매도를 권고했다.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다. 즉, 국채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한 셈이다.
골드만 삭스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고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9월 제시한 2.0%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기가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국채 수익률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골드만 삭스는 지적했다.
또 실질 금리는 주식시장의 경기민감주의 추세를 추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