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한기진 기자]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2012년. 은행권 역시 성장에 대한 기대보단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일단 내년도 은행권에선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회사의 재편 이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환은행 인수 막바지에 접어든 하나금융이 여타 경쟁 지주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금융권 4강(强)체제'가 시작되면 치열한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이 외에 유럽발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세계경기 둔화에 따라 중소기업 금융이슈의 부각, 정점을 찍은 가계부채에 대한 대안 모색, 올해 물건너간 우리금융 등 정부 지분 은행들의 민영화 이슈, 선거정국 속의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쥐어짜기 등도 살펴볼 변수로 꼽힌다.
한편, 수수료 문제나 서민금융, IT보안 문제, 비은행 사업다각화, 해외 진출 등은 계속 이어지는 해묵은 이슈지만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 금융권 4강체제 본격 시동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향후 국내 은행권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사실 하나금융은 KB와 우리, 신한지주 등과 국내 대표 은행계 금융지주사로 꼽히면서도 '3강(强) 1약(弱)'에서 1약에 해당됐다. 무엇보다 자산규모가 경쟁 지주회사 대비 100조원 이상 적었던 탓이다.
하지만 총자산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 외환은행과 합칠 경우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330조원이 넘어서며 9월말 기준 우리금융지주(372조 4000억원), KB금융지주(363조 6000억원), 신한금융지주(337조 3000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빅4' 금융지주사의 경쟁체제로 속하게 되는 것.
결국 하나금융 입장에선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국내 점포망도 1012개로 늘어나며 국민은행(1162개)에 이은 국내 2위에 올라선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1000개에 못미친다. 또한 해외 네트워크에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는 외환은행 덕에 해외점포망은 독보적인 1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까지 가세한 은행지주회사들이 4강체제 속에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지분 은행들 민영화 향방
올해 또다시 무산된 우리금융 매각이 정권 말기에 재추진될지 관심이다. 이와함께 산은지주와 기업은행 등 정부 지분 은행들의 민영화 이슈도 주요 관심거리다.
일단 올해 이들 은행들의 민영화 실패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물건너가며 금융지주회사의 참여가 어려웠고, 정상화 후 매각을 통해 차익을 내는 사모펀드에 대해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 이후 주가급락으로 향후 헐값 매각 부담도 커진 상황.
이에 따라 이들 은행들의 민영화 작업은 당분간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민영화 여부 보다는 글로벌 경기둔화에 맞물려 각 은행들의 건전성 비율 등 펀더멘털 개선 추세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다만 향후 블록세일,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 분리매각 등 기존에 논의됐던 다양한 방법들은 여전히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 경기둔화, 중소기업 금융이슈 커질 듯
한국은행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7%(7월 전망 4.6%)로 낮췄다. 정책효과를 계산한다는 측면에서 한은이나 민간 경제연구소보다 높은 전망치를 내놓는 기획재정부 역시 3.7%로 한은과 같은 전망치를 내놨다. 그만큼 내년 전망이 어둡다는 얘기다. 유럽발 위기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취약점을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명목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른다.
문제는 금융보다 실물경제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금융회사들의 위험관리나 외환안정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글로벌 수요 위축은 우리의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또 수출호황에 가려져왔던 중소기업 위험과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에 따르면 주요 30대 기업들은 허리띠 졸라매기로 버텨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우려하는 대상은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 매출축소, 단가인하, 금융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상장기업 1554개 기업의 총 현금성 자산이 65.0조원(2011년3월말) 63.0조원(6월말), 58.7조원(9월말)로 줄어 추가적인 투자에 보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정부의 중소기업금융 확대 정책을 예상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이달 초 중기대출 금리를 인하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앞서 조치한 것으로 본다. 다른 은행들도 금리 인하 등 중기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다.
◆ 가계부채 정점, 은행은 쪼이고 한은은 발 빼고
가계부채를 다루는 정책수단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조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정책 등이 금융권에서 나올 수 있다. 주택대출과 관련해서 DTI나 LTV 완화가 있지만 금융권은 반대 기조가 강하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기준금리 조정이나 통화정책을 쓰기를 원치 않고 있다. 물가나 경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은행들 역시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체적으로도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둔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준하는 제한적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주택가격 추가 하락심리 지속 및 소득여건 개선 미미, 원리금 분할상환에 따른 채무 상환부담 증가 우려 등으로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이처럼 가계부채가 크게 확대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한발 빼는 모습이다. 남은 건 금융감독당국으로, 가계부채 조정을 위한 추가 조치가 예상된다.
◆ 선거정국, 금융권 쥐어짜기 "걱정돼"
내년에는 정권 말기이자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여론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과 이에 따른 정부 정책에 귀를 쫑긋 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3분기 상장기업들의 수익, 성장, 안정성이 모두 둔화되면서 금융지원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 1420개 및 비상장 주요기업 102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매출액증가율, 매출액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모두 악화됐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 확대나 금리인하 압력도 부담요인이고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현대건설이나 하이닉스 매각처럼 특수이익이 없는 내년, 수익 규모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조치가 나올 경우 경기둔화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서민층 금융지원에 대한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어서 이래저래 은행권의 시달림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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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한기진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