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통효과' 시장 심층부까지 스며들지 못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6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조에도 자금시장 전반의 냉각 기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이 유로존 은행의 달러 자금 조달을 떨어뜨리기로 한 데 따라 주변국 국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진통 효과가 시장의 심층부까지 스며들지 못했다.
ECB의 익일 상환 대출금이 급증, 유로존 은행의 돈가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ECB 예치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은행간 자금 거래의 냉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반면 소매펀드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회피성향이 지속,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투자자금의 순유출이 지속됐으며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펀드에서도 유출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머징 채권형 펀드에서도 순유출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 내 자금은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와 MMF에 몸을 피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 유럽은행권 ECB 대출 규모 급증, 시중 유동성흐름 '마비' 상태
2일(현지시간) ECB에 따르면 1일 유럽 은행권의 익일상환 대출규모가 이날 86억2000만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1일 이후 최고치다.
은행간 신용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때 ECB 대출 규모는 10억유로를 밑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흐름이 마비됐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소형은행 뿐 아니라 대형은행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유럽 금융기관이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한 트레이더는 “모니터에 뜨는 지표를 보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은 한 곳인데 반해 빌리려고 하는 은행은 40여 곳에 이른다”며 “소규모 지역 은행의 얘기가 아니라 유로존 대형 은행이 처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ECB의 대출 금리는 2%로 2008년 10월 리먼 파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자금 시장의 조달 비용인 0.74%를 크게 웃돈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은행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달러 조달비용 인하 압박을 받은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지만 문제의 근원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시장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투자가들은 지적했다.
◆ ECB 예치금은 되레 급증, 주식채권형 펀드 자금유츌 지속
은행권의 ECB 의존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한편 예치금 역시 이틀째 사상 최고치 갈아치웠다. 유로존 자금시장의 긴장감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일(현지시간) 예치금 규모는 3137억 6300만유로(4223억 9000만달러)로 전날에 이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치금은 지난 8월 초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금리가 0.5%에 불과하지만 은행간 자금 거래나 기업 대출을 통한 수익성 제고보다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움직임이다.
한편 보수적인 유동성 행보는 소매 펀드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지난 30일까지 한 주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17억달러의 자금이 이탈했고, 이머징마켓에서 5억달러 순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3억달러가 빠져나가 유로존 부채위기로 인한 파장이 가장 컸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이머징마켓 채권형 펀드에서도 7억 2500만달러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이 같은 기간 61억달러 증가,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MMF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