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 공조 불구 동유럽 우려 고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부채위기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이른바 ‘요주의’ 국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의 경우 프랑스에 이어 최대 경제국인 독일까지 위험성에 노출된 가운데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유로존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역시 부채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인 상황에서 최근 미국 국채로 유로존 위기를 회피하는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언제 미국 부채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옮아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일본의 국채수익률 상승세도 심상찮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자칫하면 일본 국채수익률이 급등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이 급작스럽게 커질 수 있다.
일본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 수준인 상황에서 비록 일본 국채를 90% 이상을 일본의 금융회사 등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일본 국채수익률 상승세, 심상치 않다
투자자들이 일본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그동안 1%를 밑돌았으나 최근 1.10%에 근접,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채수익률 상승이 일본 경제 펀더멘털의 급격한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GDP 대비 200%에 이르는 부채 규모와 재정적자가 지속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채 수익률이 갑작스럽게 급상승한 데서 보듯이 국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발행에도 이 같이 걱정스러운 심리가 묻어났다. 2조 2000억엔(282억달러) 규모의 발행의 입찰 대 응찰 비율이 2.47 대 1을 기록, 201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마나도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공공 부문의 ‘사자’가 수요를 뒷받침했다는 지적이다.
연간 정부 지출 중 약 50%를 신규 국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추이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는 일본의 공공 부채 추이가 지속되기 어려운 행보를 취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국내외 경제 안정성에 커다란 리스크를 던져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국채의 95%를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어 유로존과 같은 리스크가 내재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힘을 잃고 있다.
주요 은행과 보험 업계가 각각 44%, 21%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하강 기류에 이들 금융사가 타격을 입거나 국채 시장에서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일본 국민의 저축률 하락과 해외 투자자의 국채 비중 상승 여부도 주시해야 문제로 꼽힌다. 또 일본의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고, 이는 부채 위기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어선 것처럼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이 3~4%에 이를 수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동유럽, 유로존 연쇄 파장 우려 고조
6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조에도 유로존 부채 위기는 동유럽으로 번져나가는 양상이다. 은행권 자금 거래가 냉각되고 있고, 여기에 실물 경기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토마스 미로우 총재는 “유로존 사태에 따른 동유럽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앙 유럽과 동남부 지역 역시 유로존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IMF와 자금 지원 협상을 진행 중인 헝가리가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6개 중앙은행이 유로존 은행권의 달러 조달 비용을 낮춰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손실 리스크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은 아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주변국 국채에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 경우 유로존 국경을 넘어 동유럽을 포함한 그밖에 지역 은행이 신용경색을 맞게 될 수 있다고 EBRD는 내다봤다.
◆ 미국 부채도 이미 과다, '피난처' 미국도 안심하기 어렵다
미국의 국채가 명실상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재정건전성이 취약하기는 유로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부채는 이미 GDP의 100%에 달했고, 신용등급은 추가 강등될 위기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정적자 감축안은 교착 국면에 빠져있다.
여전히 미국의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유로존 회피 자금이 몰리며 2.00% 안팎에서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빚을 늘리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재정건전성을 바로잡을 근본적인 대책에 나서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 대표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부채 규모에 시선을 고정하는 순간 ‘팔자’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며 “유로존을 향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미국 국채시장에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