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발행때, 일부서 금리 더 요구.. 물량도 소화안돼
- 피치 등 등급내리자, 한달동안 시도조차 못해봐
- 내년 상반기 9천억대 채권 갚아야, 부담 가중 피한 듯
[뉴스핌=한기진 기자] LG전자가 유상증자 1조 621억원을 택한 것은 회사채 시장의 문도 두드려 보지 못한 처지에서 온 고육지책이었다. 비용 등 여러 면에서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나은 선택이지만 LG전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최근 들어 기존에 발행했던 회사채가 헐값이 아니면 아예 거래되지 않았다. 그만큼 큰 돈을 쥐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LG전자 역시 이를 알아챘다.
4일 채권업계 및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LG전자가 유증을 고민하게 된 시점은 지난 9월 30일 마지막 회사채를 발행하면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 1900억원(만기 2016년9월30일)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기관투자자들이 모두 소화해주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로부터 받은 등급이 ‘AA’이고 금리도 4.32%로 나쁘지 않은 조건인데도 한동안 주간 증권사가 안고 있어야 했다.
그동안 올 들어 1조원 규모(올해 누적 1조2500억원)의 회사채는 즉각 시장에서 소화됐었다. 회사의 규모나 신용도를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부가 거래되지 않았던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LG전자의 영업부진 등으로 회사채 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때도 금리를 더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채권시장 관계자는 전했다.
LG전자가 유증으로 마음을 굳힌 계기는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치를 당하고 나서로 보인다. 가장 나중에 조정한 피치(Fitch Ratings)는 LG전자의 외국환과 자국환 표시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지난달 31일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13일 무디스가 가장 먼저 LG전자 신용등급을 'Baa2 안정적'에서 'Baa2 부정적'으로 낮췄고, 이어 S&P가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 뒤의 일이다.
등급 전망이 악화되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올라간다. LG전자 입장으로서는 높은 조달비용을 치뤄야 한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에 9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이걸 영업을 해서든,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든, 차환 목적의 회사채를 발행하든 해서 갚아야 한다. 회사채를 지금 발행하면 나중에 물량 부담이 생겨 차환도 부담된다. 그러나 유증을 하면 자본유입이 되므로 부채비율은 현재보다 10%포인트 낮아진 130%대가 된다.
한 증권사 채권 브로커는 “LG전자가 채권발행을 위해 주간사와 접촉했다는 소문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미 1조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큰 규모고 유상증자를 마음을 굳혔으면 회사채 발행은 하지 않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외시장에서 LG계열의 LG디스플레이의 회사채는 정오에 민평대비 19bp 오른 4.25%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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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