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직업 1위라는데 3D업종 '고생'
[뉴스핌=황의영 기자] "요즘 같이 장이 급변할 때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락 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증시가 언제든 급반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속타는 것은 휴가마저 반납하고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적인 반응 뿐인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알게 모르게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 야근은 필수 밤샘은 선택…증시전망 틀릴 땐 자괴감 느껴
시황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의 하루는 고되다. 이들은 대부분 오전 7시까지 출근해 12~17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출근한다. 평일 하루 일과는 리서치센터 아침 회의인 모닝미팅으로 시작한다. 전날 국내 증시와 새벽 해외 증시 등 당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사항들을 서로 체크하기 위해서다.
장이 열리면 증시 현황을 파악한 뒤 주로 기자와 기관투자가들의 전화를 응대하고, 짬짬이 시황 분석을 담은 데일리 리포트와 수시 분석 리포트 등을 작성한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 일정도 빽빽히 잡혀 있어 쉴 틈이 없다.
A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하루에 2~3회, 1년에 340~400회 정도 기관투자가를 위한 설명회에 나간다"며 "설명회에 가려면 자료를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요즘 같이 장이 급변할 때는 더욱 정신이 없다. 먼저 출퇴근 시간부터 변화가 온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폭락장 이후 출근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져 오전 6시면 책상을 마주한다. 증시 전망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라며 "주식시장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A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우리 팀의 경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듣고 일요일(7일)부터 목요일(11일)까지 매일 밤 12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다"며 "여의도 인근 찜질방에 가서 몇 시간 자고 다시 새벽에 출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름휴가를 미루는 사례도 있다. C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초 계획했던 여름휴가를 아예 반납했다"며 "시장이 조용해진 다음에 휴가를 쓸 생각"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옥죄는 것은 증시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 때다. 투자자들에게 자칫 피해를 줄 수 있는 데다, 예측이 빗나갈 경우 자신의 업무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기 때문이다. 실제 여기에서 오는 부담감은 상당하다고 한다.
C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가장 힘든 것은 증시 상황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로, 자괴감을 느낀다"며 "투자자들이 제대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잘 안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D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수 전망이 틀렸을 때 스트레스를 엄청 받곤 한다"며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시장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쉽지 않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일을 잘하지도 못했으니 할 말도 없다"고 씁쓸해 했다.
◆ 취업자 선망 직업 1위 = 3D 업종?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리서치센터 내부에서 '3D 업종'으로 통한다. 실제로 주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기피하는 파트이기도 하다. 물론 고액 연봉의 전문직으로 알려져 매년 신규 취업자들이 선망하는 직업 상위에 꼽히는 점을 고려할 때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종목 담당 애널리스트와 달리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서부터 글로벌 경제 및 정치 상황, 거시 지표 등 챙겨야 할 부분이 산적한 데다, 이를 데일리 분석자료에 녹여내는 작업도 매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리포트를 만드는 작업도 녹록지 않다. D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대외 변수들을 하나하나 고려해 전략을 세우긴 쉽지 않다"며 "해외 장이 급변할 경우에는 더 그렇다. 리포트를 거의 다 썼는데 유럽이나 미국 증시가 폭락해 버리면 내용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연일 격무에 시달리며 일해도 '잘해야 본전' 취급을 받기 일쑤다. 평소에 잘하다가도 한번 분석이 들어맞지 않으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근무시간이 불규칙하고 업무량이 많아 여가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E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과 시간에 쫓기다 보니 퇴근 후 취미 활동을 갖기가 어렵다"며 "일 특성상 포기해야 할 것도 많은 직업"이라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장이 불안정해 지면서 몇몇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모습을 봤다"며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이들의 답답한 입장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황의영 기자 (ape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