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김사헌 기자] 미국 정치권이 채무한도 조정안에 대해 합의하면서 디폴트 위기는 넘겼다는 안도감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가 합의된 채무법안을 통과시켜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자,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행 최고인 '트리플에이(AAA)'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채무한도 상향 조정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향후 등급 전망은 유동적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중 평가 조건이 까다로운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평가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최상위 등급 강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2일(현지시각) 무디스는 발표문을 통해 채무 한도 확대 결정에 따라 최상위 '트리플에이(Ass)'인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디스는 미국의 등급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Negative)'이라고 평가해 향후 추이에 따라 등급을 강등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여건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거나 경제전망이 크게 수정되어 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정여건과 더불어 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더블딥 우려를 자극할 만큼 취약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이보다 앞서 피치는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에 대해 국채 디폴트 리스크가 '매우 낮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며 신용등급 'AAA'에도 맞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피치 역시 향후 미국 정부가 취약해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세금 또는 지출에 대해 힘든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검토대상으로 분류된 미국의 신용등급을 8월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P의 행보에 쏠린 눈, 美 고용보고서 등 거시지표도 주목해야
이제 시장의 관심은 S&P의 평가로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안 규모는 2조 1000억 달러 규모로 신용평가기관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제시한 4조 달러에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오바마가 감축안에 서명한 뒤 S&P가 조만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RBC 캐피털의 톰 포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디스의 평가가 나온 후 "무디스와 피치의 평가는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며 "S&P의 평가 기준이 더 엄격하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아루프 차터지 외환 전략가는 "무디스의 평가는 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의회가 적자감축안을 승인했지만 이는 적자를 일부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S&P가 언급한 감축안 규모가 현실에 근접해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를 비롯해 주요 경제지표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시장은 이같은 평가를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금요일 발표될 고용보고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S&P가 미국의 등급을 강등한다면 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굿바이, 제로금리 시절이여
미국 의회의 채무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1.6조 달러의 자금을 거의 제로(0%) 금리로 조달받던 금융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금까지 미국 금융시장은 초단기 재무증권을 담보로 한 3자간 RP거래를 통해 1.6조 달러의 공짜 자금을 수혈받아왔다. 미국 재무증권이 여전히 '무위험'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P의 등급 강등이 단행될 경우 미 단기 국채는 더이상 무위험자산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되면 2년 반 넘게 미국 은행권이 누려왔던 공짜 자금조달 시기는 종료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좀 더 많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연방준비제도가 계속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금리를 '제로'에 묶어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 등급이 떨어져도 자금조달 비용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국채 3년물의 RP금리가 마이너스에 거래되는 예외적인 현상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증시가 일주일 넘게 하락했고 또한 초단기 국채 금리도 크게 상승한 만큼, 금융시장에 악재가 대부분 반영되었기를 희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김사헌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