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채애리 기자] 대한해운, 진흥기업,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삼부토건. 이들은 올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로부터 투자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신청에 들어간 곳이다.
이처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가가 실제 기업의 신용과 맞지 않는 일이 빈번해지자 신평사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실정이다.
발행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평사의 한계와 등급 버블에 대해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문제는 신평사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에 대한 안정성을 여전히 의심할 수밖에 없어 회사채 활성화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관련 업계에서는 신평사 신뢰도 상승을 위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회사채 발행기업이 지급하는 수수료로 먹고 살아야 하는 신평사의 '을'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행기업이 '갑'이고 신용평가회사가 '을'인데 을이 갑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 신평사 '을'의 구조를 바꿔야 시장의 신뢰를 받는다
회사채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제도적으로 평가수수료와 평가기관 선정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평가방식은 발행사가 신평사를 선택해 신용평가를 의뢰하고 평가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3곳 신평사 중 2곳으로부터 등급을 받으면 된다.
때문에 평가수수료를 회사채 발행인과 인수자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면 과도한 신평사의 발행인 눈치 보기는 줄어들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가수수료를 회사가 신평사에게 직접 주는 방식이 아닌 중간 위탁 기관을 거쳐 분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도 신평사와 회사와의 기존 관계를 재정립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수수료 지급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수수료를 발행회사가 모두 부담하니까 신평사가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기관 3곳 모두를 평가 받았을 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거나 평가기관 선정을 제도적으로 순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게 된다면 평가기관의 회사채 평가에 보다 냉정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한편 증권사의 크레딧 분석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제도 개선 등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신평사의 신뢰도 추락은 전세계적 추세로 과도하게 기계적으로 의존한 것이 문제라는 것.
때문에 인수를 하는 투자기관의 크레딧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현재 회사채는 신평사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신평사의 평가를 거를 필요가 있다”며 증권사의 크레딧 분석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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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채애리 기자 (chaer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