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인텔 i7쿼드코어 CPU, 4GB DDR3 메모리, 500GB 하드디스크. 1년 전인 지난해 6월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던 노트북 사양이다. 당시 이정도 사양을 갖춘 노트북은 가격이 200만원대 전후였고, 스크린 사이즈와 브랜드, 디자인에 따라 3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이와 비슷한 사양의 제품이 1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16일 대만 에이서가 출시한 '아스파이어 5750G'이 주인공이다. CPU는 인텔의 2세대 i7 샌디브리지 쿼드코어로 업그레이드됐고, 하드디스크 용량은 750GB까지 올라갔다.
윈도우7 대신 리눅스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불편을 감수한다면 99만9000원에 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앞서 또 다른 대만 기업인 아수스가 쿼드코어 탑재 노트북을 69만9000원에 내놓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AMD 쿼드코어를 사용했고, 그래픽카드와 하드디스크 사양도 다소 떨어진다.
IT업계에서 동일 사양의 제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쿼드코어 탑재 제품의 가격 하락 속도는 유난히 빠르다. 더구나 기존 제품의 가격하락 요인인 '상위 레벨로의 중심이동'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전히 프리미엄급 노트북 CPU의 주력은 쿼드코어고, 헥사코어(6코어) 탑재 노트북은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다.
관련업계에서도 가격 인하 템포가 다소 빠르다는 반응이다. 국내 PC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아수스와 에이서가 내놓은 쿼드코어 노트북 사양과 가격을 보면 마진을 내기 힘든 구조로 생각된다"며, "진짜 앞으로 이런 수준의 가격정책을 가져가겠다는 건지, 홍보효과를 얻기 위해 적은 물량을 무리한 가격에 판매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빠른 속도의 가격 인하 원인으로는 '태블릿PC가 가져온 PC 업계 판도변화'가 꼽히고 있다.
기존 노트북에 비해 월등한 기동성을 갖춘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기존 노트북 계열 중 기동성과 저가를 앞세운 넷북의 입지가 좁아졌고, 대신 태블릿 대비 사양이 월등히 높으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노트북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고사양 제품의 저가격화'를 주도하고 있는 아수스와 에이서는 태블릿PC 확산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기업들이다. 아수스는 넷북의 원조로 불리고, 에이서는 넷북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기존 성장기반이었던 넷북 시장을 태블릿 시장에 잠식당하고 있는 아수스와 에이서가, 태블릿과 비슷한 가격대의 고사양 노트북으로 반격을 꾀하는 형국이다.
70~90만원대 가격이면 이통사 보조금을 제외한 태블릿PC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올 들어서야 듀얼코어 탑재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쿼드코어 CPU에 월등히 빠른 메모리, 월등히 큰 저장용량을 갖춘 노트북이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될 경우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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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