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마지막 '펀더멘탈리스트'로서…"
[뉴스핌=박민선 기자] "보이는 문제를 그대로 얘기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이에 대해 누가 뭐라 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본인의 이름보다 '닥터둠', '비관론자'라는 수식어로 더 익숙한 인물이 있다. 바로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 김학주 상무.
상승장에서 '하락'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그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에서 우리자산운용으로 터를 옮긴 지도 벌써 1년 6개월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시각에 대한 확신을 지키고 있었고 자신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했던 이야기의 핵심은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언론노출을 꺼리는 그를 지난 8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나는 섹터 애널리스트 시절에도 본질에 대해 비싼 것을 비싸다고 했고 시장에 대해서도 상황을 그대로 얘기한 것이다. 물론 지수는 비록 내가 말한 것과 다르게 1300p 이후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여전히 내가 말한 것은 살아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 2001년 이후 소비의 양대축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던 것이 그가 생각하는 불안성의 시발점.
하지만 이를 방관하지 않은 미국 정부가 유동성 확대 및 부동산 경기에 버블을 일으키는 '임시방편'을 택했고 이것이 과소비로 이어지면서 생겨진 불안정한 상태가 오늘날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인들이 열심히 노동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버블을 기반으로 말도 안 되는 소비를 한 것이 문제였고 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기에 나는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펀드 시장, 액티브-절대수익형으로 양분될 것
그는 현재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흐름의 시장"에서 주식으로 수익을 얻기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했다. 당장 해외시장의 상황만 보더라도 미국의 유동성 감소로 인해 진통제를 맞아왔던 나라들이 근원적 회복을 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그는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자산운용시장도 현재의 뮤추얼펀드 위주 흐름에서 절대수익형펀드와의 양분화 흐름으로 점차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상무는 "지금 시장은 전반적으로 유동성은 줄고 안전자산이 미국 국채로 들어오면서 그동안 한계를 보였던 기업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정치적 결단에 의해 유동성이 다시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과거 인프라 건설 등으로 쉽게 일했던 때와는 시대가 변한 만큼 주식 시장의 상승도 이론적으로 계산해봐도 2480선 수준이 상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 수준에서 최대 15%의 이익을 노리기 위해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절대수익형펀드를 통해 꾸준히 이익을 거두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현명한 투자라는 얘기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만 운용할 경우 연 8%대 이익이 예상되지만 해외까지 확대할 경우 레버리지를 통해 연간 10~15%의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지금은 절대수익형으로 가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자산운용 역시 차분하고 철저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 상무는 "그동안은 기틀을 잡는 과정도 있었고 최근에는 회사에 여러가지 형편상 공격적으로 무엇을 시도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운용업계의 승부가 수익률 경쟁식에서 안정적 초과수익 창출이라는 부분으로 전환되는 만큼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자산운용은 김 상무가 알파운용본부를 본격적으로 이끈 이후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가 확연하다.
김 상무가 새롭게 꾸린 알파운용본부가 신설된 이후 주식형 펀드들에서 가시적인 성과개선을 보이면서 수익률 개선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가 투입되면서 종목에 장기투자를 위한 리서치역량의 강화가 이뤄졌고 과거 대비 주식 회전율도 감소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확한 투자를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일례로 '우리쥬니어네이버적립식펀드'의 경우(에프앤가이드, 3일 기준) 1년 수익률에서는 29.74%를 기록해 어린이펀드 테마내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최근 6개월 성과에서는 14.29%로 상위권 자리 굳힘을 시도하고 있다.
김 상무의 트위터 자기소개란에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비관론자'라는 수식어 대신 "이 시대의 마지막 펀더멘탈리스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Top-down와 Bottom-up을 함께 바라봄으로써 진정한 펀더멘탈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그의 생각을 요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김 상무는 "기업에 대해 분석하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을 보면 얼마나 허점이 많은가를 알 수 있다"며 "나는 우리나라에서 어닝스모델을 개발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일 만큼 이에 대한 자신감은 강하다"고 털어놨다.
이제 시장도 더이상 그를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의 외눈박이로 보지 않는다. 시장과 돈, 기업과 세계의 흐름을 읽는 진정한 펀더멘탈리스트로 빛을 발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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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