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 회장, 애플증권 지휘 '기대와 우려'교차
[뉴스핌=홍승훈 기자] 여의도 증권업계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사진)의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록 지금은 자본금 수백억원 규모의 소형 증권사인 애플투자증권이지만 셀트리온을 바이오업계 선두주자, 코스닥 부동의 시총 1위에 올린 그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감안할 때 쉽게 지나쳐지는 대목이 아니다.
공학도 출신의 서 회장은 대우차 임원으로 일하다 바이오업계에 처음 뛰어들어 불과 10년만에 셀트리온을 글로벌 바이오업계에 확실히 각인시켰고, 주식시장에서도 대형 제약회사 서너곳을 합친 규모의 시가총액을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애플투자증권의 최대주주로 증권사 경영에 본격 뛰어드니 호기심 많은 증권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서 회장은 현재 애플투자증권이 추진 중인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실권주를 떠안는 방식으로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현재로선 그의 본격적인 증권 행보는 오는 7월말~8월초 금융위의 대주주 변경 승인이 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투자증권 이종원 상무(경영지원 총괄)는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달초 청약마감 결과 극히 일부를 빼고 대부분 기존주주들이 실권을 했다"며 "예정대로 이를 서 회장이 청약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애플투자증권의 자본금(219억원) 규모도 이번 증자후 519억원으로 늘어난다. 물론 영업손실로 까먹은 자본금 때문에 증자후 실제 자본총계는 400억원이 채 못된다.
하지만 자기매매인 딜링 라이선스가 생기며 업무영역이 늘어나는 애플투자증권으로선 성장의 발판을 만들게 된다.
그가 손대기 시작한 애플투자증권은 이미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됐다.
일단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최근 주총을 통해 30년 증권맨으로 일하던 류근성 전 대표이사가 나가고 셀트리온 자회사 상무로 재직중이던 이병률 대표가 새로 왔다. 일각에선 증권사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이병률 신임 대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또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는 리서치센터도 최근 센터에서 팀으로 축소되며 사실상 기능이 약화됐다. 애플투자증권의 향후 전략에 대한 시장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이다.
물론 앞서 서 회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의지를 내보였듯 향후 애플투자증권은 IB(투자은행 업무)부문에 대한 특화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떤 IB냐가 관건.
서 회장은 "금융산업의 꽃인 IB업무에 집중할 것이며 이를 지렛대 삼아 승부수를 걸겠다.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저와 셀트리온에 보여준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증권가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다. 실제 IB의 기본은 '자본'. 일정규모의 자기자본 없이는 실제 언더라이팅 업무가 불가한 게 현실인데 애플투자증권의 증자후 자본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500억원을 가정하더라도 그 중에 10%를 태우더라도 50억원에 불과하다. 웬만한 주식이나 회사채 인수 금액으로는 무리다.
물론 향후 추가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지만 지주회사법상 셀트리온이 자본을 넣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서 회장 개인 혹은 지인들로만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임원은 "기본적으로 채권이던 주식이던 인수를 하려면 자본력이 생명인데 조단위의 자기자본을 갖는 현 대형증권사들도 IB역량을 제대로 발휘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로선 돈을 넣지 않고 스킴만 짜주는 정도의 역할일텐데 이는 IB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10여년 가까이 증권사 CEO를 역임해 온 업계 고위 관계자도 "중소형 증권사가 자본시장에서 살아남는 전략은 사실 자기하기 나름"이라면서도 "다만 IB를 하겠다면 최소 조단위의 자기자본은 있어야 가능한데 대체 어떤 IB를 하겠다는 건지..."라고 난색을 표했다.
물론 서 회장이 애플투자증권을 통해 당장 IB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으로 기존 브로커리지 외에 주식, 채권, 선물옵션 등의 파생, 자문형랩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히는 것이 일단계다.
이종원 상무는 "1단계가 딜링 라이선스 취득을 통한 자기매매고 IB는 중장기 목표다. 당장 IB를 할 수는 없다. 내년 후반 IB관련 전문인력도 충원할 것이고 추가 증자도 해가면서 모양새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서 회장이 기존 경영과는 다르게 새로운 경영 스타일과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란 점"이라며 "다만 대주주 변경 등 금융위 승인이 남아 있고 아직은 전략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여서 현재로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밝히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어찌됐든 뒷문 상장에도 불구하고 2년만에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려놓고, 전세계적으로 셀트리온이란 브랜드를 각인시킨 서정진 회장의 쾌거 혹은 신화가 있었기에 그가 새롭게 내놓을 자본시장내 증권사 경영전략에도 업계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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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