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경제정책의 2대 수장은 일제히 "강한 달러화가 미국 국익은 물론 세계경제에 유익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나 연준이나 모두 달러화의 약세 추세를 변경할 수 있도록 정책 기조를 변경할 의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는 올해들어서만 주요 바스켓 통화대비로 8% 가량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금리를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고 확인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화를 계속 매도했다.
연준의 수용적인 정책기조가 지속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상품 가치와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 달러 약세, 美 수출 경기에 크게 기여
미국은 달러 약세로 인해 원유 수입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달러로 표시되는 국제 상품가격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경제에 인플레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인플레 전망에 대한 부담 때문에, 최근 달러화 약세는 금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배경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달러화 약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달러화 약세는 무엇보다 미국 재화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줌으로써 경기회복에 기여한다. 최근 미국 경기 회복에서 순수출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2분기부터 경기 회복이 개시된 이후 미국 수출은 약 20%나 증가했다. 이는 회복 개시 이후 미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 2.8%에 1.3%포인트 기여한 요인으로, 무려 40%나 차지한다.
이런 추세로 인해 미국 제조업은 큰 수혜자가 되고 있는데, 이정도의 수혜는 지난 1985년 달러화 가치를 엔화 및 독일 마르크화 대비로 대폭 평가절하하는데 합의했던 이른바 '플라자합의' 이후 처음이다. 일종의 '스텔스 플라자합의'가 모색되는 듯 하다.
미국 당국이 달러화 약세를 우려한다면, 그것은 달러화 약세가 금융시장의 혼란 요인이 될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이나 국채에 대해 우려하거나 매도하거나 할 경우 금리가 상승하고 금융산업이나 가계는 부담이 높아진다.
미국 정책당국자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할 정도로 최근 달러화 약세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 美 당국, 달러 약세 우려할 이유 못 느껴
하지만 일부 시장 및 경제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 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석외환전략가인 키트 주크스는 "미국의 느슨한 통화정책은 위기 이후 경기 회복에 기여했고 많은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다고 지금 상황이 갈수록 삐긋하기라도 한다면 위험한 상황 쪽으로 가는 듯 해 부담"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자 달러화 가치는 더 하락했다. 미국 국채 수요가 증가하면서 10년물 금리는 3.316%까지 하락했지만, 주식시장은 이 취약한 거시지표를 무시하고 다시 리먼 사태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미국 달러화 약세는 이제 정책당국의 수단으로는 되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이 주효할 것이지만, 너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면 경기회복이 질식될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런 방식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도 있지만, 그 성공 여부나 효과에 대해서는 역사적 경험이나 평가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경제 펀더멘털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개입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로화 강세를 우려하는 유로존의 입장에서는 개입을 선호할 수도 있으나, 유로/달러도 아직은 2008년 고점인 1.60달러 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주식시장도 상당히 좋고 채권시장도 잠잠한데 굳이 개입에 나설 여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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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