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물가안정 목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물가 압력 상승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미리 예고한 것은 정책 원리에 올바르게 입각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점이 갑자기 '4월'로 당겨지자 시장이 적잖게 놀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차우는 6일자 칼럼 "논평을 통해 "금리인상 시점이 6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개월 이나 앞당겨진 이유가 궁금했다"면서, "아마도 정치적 이유가 작동한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끈다.
이 칼럼니스트는 ECB의 조기 금리인상 시사의 '정치적인' 배경을 3가지로 분석하고, 여기에다 한 가지 추측을 곁들였다.
먼저 3가지 배경이란 것은 차기 총재와 관련해 어떤 사람이 되든지 인플레 파이팅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과, ECB가 통화정책과 유동성 관리정책을 구분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 거나 마지막으로 조기 금리인상을 통해 유로화의 추가 강세를 용인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 등이다.
이런 분석보다는 마지막 추측이 흥미롭다. 내용을 요약하면, ECB가 실은 유로존의 경제적 통치성 면에서 상당히 물을 탄 제안에 합의하려는 유럽평의회(europe council)에 대한 반대 입장을 시사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 동안 쟝-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유로존의 경제적 통치성을 위해 보다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경제정책의 협조 등 '비약적 발전(quantum leap)'에 대해 수 차례 강조했다. 지금 진행되는 협상 내용은 경쟁력 없는 회원국이 자국 이해 보전에 최선을 다하는 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 트리셰 총재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뮌차우 FT 칼럼니스트는 실제로 트리셰 총재의 "강력한 경각심"이 지면을 채우지 않았더라면, 그가 기자회견 때 말했던 유럽위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헤드라인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트리셰 총재는 당시 "유럽위원회의 성과는 너무 불충분한데다가 회원국 정부들이 위원회의 입지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유럽 의회가 자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중앙은행 총재가 이 같은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유로존 기관 간의 전쟁에서 ECB도 한 축을 차지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중대한 변화라는 지적이다.
뮌차우 칼럼니스트는 "미국 독자들이라면 과연 중앙은행 총재가 선출된 의회가 하는 일에 대해 감히 이러저러하게 언급할 수 있었겠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면서 "유럽에서는 중앙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보다 재정정책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는 것이 공공연한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리셰 총재에게 공감하는 것은 유로존이 단일 국가가 아니라 통화통맹으로서 ECB를 제외하면 제대로 기능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전부인 평의회보다는 ECB가 유로존 전체의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뮌차우 칼럼니스트는 또 "과거 독일 슈로더 총리와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이 안정협약을 파괴했던 것처럼 지금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유럽 조약을 넘어가려고 하고 있고 특히 유럽의회를 제쳐두려 한다"면서 "지난주 유럽의회 일부 구성원들이 이 같은 미친 짓을 중단시키기 위해 현존하는 의회의 권력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의회 편에서 싸우려하는 트리셰 총재의 입장이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리셰 총재가 조기금리인상 시사로 정치적 경고를 보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만 "유럽평의회와 경제적 통치성에 대해 조화롭게 함께 추진하려고 했다면 트리셰 총재가 조금 더 참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수익률대회 1위 전문가 3인이 진행하는 고수익 증권방송!
▶검증된 전문가들의 실시간 증권방송 `와이즈핌`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