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없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시급?
[산업부 이동훈차장] "정말 내놓을 것은 다 내놨습니다. 지금 내 책상서랍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정부 9개 부처의 합동 대책인 '서민물가 안정대책'이 발표되던 지난 13일 저녁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정부의 향후 일정에 대해 언급했다.
정 장관의 국토해양부는 정부의 이번 '서민물가 안정대책'에서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가에 대한 대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 대책이 발표된 직후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없다라고 단언하는 자리까지 마련한 것이다.
통상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때 차기 대책에 대해서는 가급적 '없다'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은 언제나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원하기 마련이고, 정부로선 이런 시장의 입장을 모두 만족 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언제나 대책 발표 이후 추가 대책이 없다는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국토해양부가 단단히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전세대책은 국토해양부가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이 나라 5천만 국민 중 집이 없는 서민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주거 복지 문제다. 주거복지 문제라면 대책을 내놓고, 그래도 잡히지 않는다면 잡힐 때 까지 새로운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아 대신 집행하고 있는 정부가 할 도리다.
이런 면에서 정 장관의 발언은 현 정부의 주거복지에 관한 고민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작정이나 한듯 심지어 "정부가 마련하는 전세대책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해 사실상 '주거복지 포기' 발언까지 내뱉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토부가 '올인'하는 부분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라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국토부는 이번 전세대책에서 '중장기 주택공급 강화'방안을 내놓고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거론했다.
건설업계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로선 건설업계의 염원과도 같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가 잘못됐다. 일의 선후관계가 잘못됐다. 국토부에게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 '불지피기'를 할 때가 아니라 봄 이사철을 앞두고 걱정이 갈수록 증폭돼가는 전세난에 대해 대책을 꺼내야할 때다.
전세대책이 없다면 이것 역시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전세대책이 없다면 국토연구원 등 국토해양부의 모든 싱크탱크를 활용해 대책을 짜내야 한다. 새로운 대책을 개발하기는 커녕 국토부와 정장관은 외국의 임대차 대책을 차용해볼 생각이나 했는지 스스로를 반성해야봐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는 정 장관이 정작 전세문제에 대해서는 '추가 대책이 없다'라고 못박았다면 정 장관은 더 이상 국토해양부 장관이 아니라 '건설업체부 장관'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올해로 장관 취임 4년차를 맞은 정 장관은 2000년대 이후 취임한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 장관 중에서는 누구보다도 오래 장관직을 역임한 당사자다. 정 장관은 '4대강 장관'이란 별명을 얻고 현 정부의 제1공약인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데 중심이 돼 왔다. 하지만 그는 4대강 사업이나 하라고 뽑은 장관이 아니다. 4대강이 중점사업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서민 생활과 바로 맞닿은 전세대책을 등한시하고 건설업계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데 매진한다면 이는 정 장관 개인의 역량 문제를 뛰어넘어 현정부의 도덕성 문제에도 연관이 돼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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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