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기자] 전통적 가부장제(家父長制) 가풍으로 유명한 범 현대가에 女心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까지 주인없는 현대건설 인수 쟁탈전을 위해 적통성과 종가를 내세우며 한치의 양보없는 전쟁을 펼쳐왔던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싸움은 결국 범현대가의 며느리 현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함에 따라 그동안 가부장적 성향으로 똘똘뭉친 범현대가에 맞선 며느리 현 회장의 승리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면서 현대가는 물론 업계에 일대 센세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을 선정하고 예비협상 대상자로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범현대가 장남격인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과의 박빙의 승부수를 던지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성큼 내딛었다.
당초 현대건설 인수전을 벌일 당시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자본력과 대외신인도를 앞세워 일방적인 압승을 일찌감치 점쳤었다.
하지만 호사가들의 이같은 예견은 결국 빗나갔고 현대건설은 결국 범현대가 며느리로 남편의 유지와 함께 종가임을 내세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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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회장, 남편의 유지...여론몰이가 대세 이끌어
지난 8월 현대그룹은 한국 건설업계의 초석이자 맏형격인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역시 현대가 형제들의 보이지 않는 지지를 받으며 현대건설 인수를 천명하면서 범현대가 맏아들격인 정 회장과 며느리 현회장의 현대건설 인수전 싸움은 본격화 됐다.
물론 현대가 일가의 자존심을 건 싸움을 지켜보는 호사가들은 자본보유능력과 현대기아차라는 대외적인 신인도를 앞세운 정몽구 회장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암묵적인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지와 함께 현대 종가를 내세운 현정은 회장의 바람도 만만치않을 것이라는 엇갈린 반응도 분분했다.
현대그룹은 명분있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과거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현대건설을 위해 4400억원대 사재를 털었던 故 정몽헌 회장의 현대건설에 대한 애정과 설득력 높은 TV 및 신문광고를 통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명분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 현대건설 인수비, 4000억원이 승부 갈랐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5조5000억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그룹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5조1000억원으로 현대그룹이 제시한 5조5000억원 대비 4000억원 격차를 보이며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는 당초 현대차그룹이나 업계가 현대그룹의 자본상황을 고려해 예상했던 3조5000억~4조원 대비 1조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결국 4000억원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승부를 결정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현대그룹의 움직일 수 있는 자본을 감안할 때 5조5000억원대 인수비를 제시할 가능성은 당초 희박해 보였다"면서"결국 현대차그룹은 4000억원 차이로 배점이 높은 가격 요소에서 뒤쳐져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막판 승부에서 밀려난 셈"이라고 말했다.
◆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의 재탄생 어떤 의미 있나?
현대그룹 창업주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궈낸 한국 건설업계의 선도적 역할을 주도했던 현대건설은 지난 2000년 8월 본격적인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2006년 5월 채권단 공동 관리 종료로 워크아웃이 완료됐다.
하지만 워크아웃 만료에도 불구하고 주인없은 현대건설에 대해 메릴린치를 비롯한 우리투자증권, 산업은행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매각 작업에 돌입했으며 올해 8월 현대그룹이 공식적으로 현대건설 인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공식적인 선언에 나섰고 범현대가 장자인 현대차그룹 정몽구회장과 현대가 며느리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전을 위한 총성없는 전쟁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협상대상자 선정이 발표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갈등과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한편, 건설업계의 맏형으로 한국 근대사 건설의 한 획을 그었던 현대건설이 지난 10여년간 주인없는 인고의 세월 끝에 종가 현대그룹으로 안착한데 대해 업계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비쳤다.
한 대형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근대 한국 건설사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했던 현대건설이 2000년 워크아웃 이래 적지않은 고통을 감내하며 보이지 않는 눈물과 노력으로 지탱해 왔다"면서"주인없는 기업으로 자율경영이 어려웠던 만큼 이번 현대그룹의 인수로 향후 더 큰 날개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공평가 10위권내 B사 관계자 역시"솔직히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은 현대차그룹의 인수 보다 종가 현대그룹의 인수를 희망했다"며"무엇보다 오랜세월 현대건설을 굳건하게 지켜낸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충절을 새 주인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이 인수 의향을 내비췄을 때 이미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현대차가 성격이 다른 건설을 인수한다는데 의아했다"며"현대건설의 더 큰 위상을 위해서라도 현대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수 대상인 현대건설의 분위기는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고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채권단의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된 직후 언론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작 이렇다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서도"다만 현대그룹의 다양한 국내외 인프라와 현대건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음하는데 한층 더 탄력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