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의 양적 완화정책에 대해 중국과 독일이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운 가운데, 미국 공화당의 전 부통령 후보를 지난 세라 페일린 의원이 연방준비제도의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공격하고 나서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영국 및 미국 주요 신문들은 페일린 의원이 연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면서 정책 신뢰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페일린은 이날 피닉스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연준의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결정을 비판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독일의 지적으로 볼 때 이제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익 재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슈피겔지와의 대담을 통해 "미국은 이미 유동성으로 넘쳐나는데 이렇게 무제한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것은 도저히 경제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심지어 "멍청한 정책"이라고까지 원색적으로 비난햇다.
이 같은 페일린의 행보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역학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 언론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페일린는 2012년 대선을 앞둔 후보 경선에서도 중요한 인물로 부상하고 있어 말 한 마디에도 힘이 실려있는데, 다만 최근에는 그녀의 발언이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과연 차기 대선 후보의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버냉키 의장은 중국과 독일 그리고 브라질 등의 국제적인 비판에 대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려고 하는게 아니며 경기 회복을 지원하려는 것이며, 미국 경제가 강해지면 달러화도 강해진다"고 방어에 나선 상태.
버냉키 의장은 또한 실업률이 10%에 다가설 정도로 높은 상태이며 너무 낮은 물가 압력은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독일 외에도 중국과 브라질 등 주요 신흥경제국들은 연준의 정책으로 인해 막대한 유동성이 자국 경제로 유입되어 또다른 거품 및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글로벌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 및 완화정책을 구사한 뒤에 출구전략을 실행하기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페일린의 날선 비판을 전한 미국 MSNBC 방송은 이날 "중국과 독일 그리고 페일린이라는 정체 불명의 3각 편대가 미국을 협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SNBC는 또 버냉키의 우군이던 케빈 와시 연준 이사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큰 위험을 수반하는 정책으로 경제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필요할 경우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발언한 점도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례적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며 지지에 나선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처지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최근 일부 미국 투자자들은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 이후 금을 대안으로 사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미국 재부무 출신인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변형된 금 본위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