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테크 노조 측이 제시한 PC생산현장 사진. 케이스가 없는 PC 부품과 소비자에게서 반송된 PC상자 등이 보인다.
노조 "중고부품 사용" vs 사측 "노조의 유언비어"
[뉴스핌=강필성 기자] 컴퓨터 완제품 업체 주연테크 노사가 '중고부품 사용여부'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주연테크의 노조측이 'PC 부품으로 중고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라며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등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공공연하게 노조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노조를 고소·고발할 것을 밝히고 있고 노조도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연테크는 현주, 삼보 등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위기를 겪는 동안에도 승승장구해온 중견 PC완제품 생산 업체로 1988년 설립된 이래 22년간 완제품 PC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PC시장 점유율 또한 6.2% 수준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주연테크의 때 아닌 중고부품 사용 논란은 생산라인에 근무했던 전직 직원으로부터 제기됐다.
곽은주 금속노조 주연테크 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주연테크의 신제품으로 보이는 컴퓨터의 상당수가 뜯어보면 중고부품을 사용한 PC다”라며 “고객의 반품이나 재고, 고장난 부품 등이 신제품 PC로 둔갑돼 판매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 증거로 케이스가 없는 부품이나 A/S 스티커가 붙어있는 사진 등을 제시했다.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주연테크는 이미 완제품 조립이 됐던 부품을 분리해서 새로운 PC에 재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A/S를 받아 수리된 제품도 고스란히 신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연테크 관계자는 “노조 지회장이 최근 불법 행위로 인해 인사조치(당연퇴직)를 당하자 회사를 상대로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다닌다”며 “회사는 한번이라도 사용된 부품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회사 측에서 인정하는 부품 재활용은 ‘미출고된 재고’, ‘유통업체에서 판매되지 않아 반품되는 경우’, ‘고객의 변심에 의한 반품’ 세가지 경우다. 다만 한번이라도 소비자의 손을 거친 것은 제외되기 때문에 이 또한 사실상 ‘중고’로 볼 수 없다고 주연테크측은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연간 PC 재고 처리비용이 21억~29억원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중고부품을 사용했다면 이만한 재고 처리비용이 발생할 수 있겠냐”며 “소비자가 한번이라도 사용한 제품은 A/S재고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 측이 제기한 A/S 수리 부품이 생산라인에 투입됐을 가능성은 일정부분 인정했다.
회사측은 “A/S된 부품이 생산라인에 착오로 인해 유입됐을 수는 있지만 이는 현장 직원들이 철저히 걸러내야하는 부분”이라며 “노조 측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회사를 공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향후 논란은 완제품 PC를 분해, 재조립하는 행위가 과연 중고로 볼 수 있느냐로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새 제품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 측은 수차례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면서 제품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쟁사의 사정을 참고하기도 힘들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는 반품, 재고 완제품PC는 사내 직원들에게 염가 판매하거나 다른 유통 채널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LG전자 측은 “완제품을 분해하거나 재조립하는 과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중고부품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는 노조 측과 회사측의 진실 게임이 어떤 결론을 낼지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