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신흥시장은 과거 위기 때보다 더 건전하고 강력해졌는가라는 의문이 최근 금융시장에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경기와 세계 경기가 악화된다고 할 때 이를 견디기 힘든 나라와 특정 종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개별 종목의 경우 삼성전자와 같이 대미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가 넘는 경우도 관찰대상으로 지적됐다.
◆ 신흥시장 펀더멘털, 과연 과거보다 건강해졌나
올 여름 새롭게 등장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 속에서도 신흥시장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선전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예전의 신흥시장이 아니다. 펀더멘털 자체가 강력해졌으며, 성장 전망도 선진국보다 낫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신흥시장의 기초 여건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고 또 금융여건 면에서도 다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순진한 투자자들이 믿고 덤볐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WSJ는 특히 주의해야 할 곳이 저축보다 투자 및 지출이 더 많은 터키나 헝가리, 경제정책 자체가 문제가 많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수출의존도가 과동한 멕시코와 이스라엘 등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소득수준이 크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하며 종종 수십년간 정부의 계획 경제 하에 놓인 나라들,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에 발전도상국 혹은 신흥경제에서 '신흥시장'을 이름을 바꾼 이들은 올해 투자자들에게 많은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는 최근 3주 동안 18% 급조정 양상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들어 이번 주 목요일까지 19% 상승율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 시장지수는 5.1%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미국 다우지수는 6.6% 정도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흥시장의 이 같은 양상은 전세계 투자자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했다. 실제로 EPFR(Emerging Portfolio Fund Research)에 따르면, 올들어 신흥시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로의 자금유입 규모는 157억 달러에 달한 반면, 미국 주식시장 펀드에서는 250억 달러가 이탈했다.
◆ 불안정 상황에선 선별투자 불가피
한편 WSJ는 아직 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이들 시장의 차별화가 불가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브라질과 러시아 같은 나라의 경우 막대한 외환보유액 증가세와 해외대출 감소세로 인해 불안정 양상을 극복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급격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앨런 콘웨이(Allan Conway) 슈로더(Schroders) 소속 신흥시장 주식매니저는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유동성 위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느낀다면 해당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그 자신은 두 주전까지 터키 시장의 투자 포지션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주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터키, 불가리아, 라트비아 그리고 루마니아 등을 유동성이 줄어들고 투자자 위험회피 흐름이 강화될 경우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았다. 터키와 헝가리 외에 저축보다 지출이 큰 나라는 남아공, 레바논 그리고 일부 동유럽 국가가 있다.
S&P관계자는 "불면 날아갈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리스크에 대한 평가 자체가 변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높은 경각심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흥시장에 530억 달러나 투자하고 있는 미국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는 헝가리와 터키 같은 자금조달 필요가 큰 곳이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와 같은 경제정책에 문제가 많은 나라의 채권은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핌코의 신흥시장 담당 마이클 고메즈(Michael Gomez)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수익률이 왕일 때는 이들 나라가 좋았지만, 지금은 이들이 얼마나 시장에 자주 접근해야 되는지, 그 조달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시장 여건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여건이 좋을 때 해외로부터 부채를 크게 늘려놓아 민간부문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있기도 하다.
일례로 카자흐스탄의 은행부문은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 둔 상태다. 딜로직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해 전체 조달금액과 같은 70억 달러 정도를 올해 상반기 중에 조달했다.
◆ 미국경기 노출 큰 나라와 종목이 위험
한편 좀 더 큰 질문은 과연 미국 경제가 크게 둔화될 경우 신흥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충격이 어느 정도냐에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각국 내수의 성장과 지역 경제의 상호의존을 통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가장 큰 고객이라는 점에서 이런 의견에 동조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멕시코의 경우는 전체 수출 중에서 대미수출이 85%나 차지한다.
UBS가 제출한 최근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수입증가율이 둔화된다면 말레이시아, 대만 그리고 태국의 경제성장율은 큰 폭 삭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 이 같은 민감성을 가진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신흥시장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 중 상위 20종목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의 20% 이상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8개 종목을 찾아냈다.
인도의 인포시스 테크놀로지(Infosys Technologies),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 이스라엘의 테바제약(Teva Pharmaceutical Industries),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혼하이 정밀(Hon Hai Precision Industry), 멕시코의 세멕스(Cemex), 한국의 삼성전자, 브라질의 페트롤레오 브라질레이로(Petróleo Brasileiro)가 그 같은 기준에 해당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미국에 30% 넘게 노출된 종목은 브라질의 엠브레어(Embraer), 페루의 서던코퍼(Southern Copper) 그리고 멕시코의 그루마(Gruma) 등이다.
또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게 된다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국제 상품시장이다. 이 때문에 칠레, 페루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 이들 상품 수출이 수출의 절반이 넘는 나라들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데이빗 헨슬리(David Hensley) JP모간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시흥시장이 그 동안 글로벌 경제성장세의 큰 수혜자가 되어 왔지만, 글로벌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 상품수요도 줄어들고 따라서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경기와 세계 경기가 악화된다고 할 때 이를 견디기 힘든 나라와 특정 종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개별 종목의 경우 삼성전자와 같이 대미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가 넘는 경우도 관찰대상으로 지적됐다.
◆ 신흥시장 펀더멘털, 과연 과거보다 건강해졌나
올 여름 새롭게 등장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 속에서도 신흥시장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선전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예전의 신흥시장이 아니다. 펀더멘털 자체가 강력해졌으며, 성장 전망도 선진국보다 낫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신흥시장의 기초 여건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고 또 금융여건 면에서도 다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순진한 투자자들이 믿고 덤볐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WSJ는 특히 주의해야 할 곳이 저축보다 투자 및 지출이 더 많은 터키나 헝가리, 경제정책 자체가 문제가 많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수출의존도가 과동한 멕시코와 이스라엘 등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소득수준이 크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하며 종종 수십년간 정부의 계획 경제 하에 놓인 나라들,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에 발전도상국 혹은 신흥경제에서 '신흥시장'을 이름을 바꾼 이들은 올해 투자자들에게 많은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는 최근 3주 동안 18% 급조정 양상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들어 이번 주 목요일까지 19% 상승율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 시장지수는 5.1%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미국 다우지수는 6.6% 정도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흥시장의 이 같은 양상은 전세계 투자자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했다. 실제로 EPFR(Emerging Portfolio Fund Research)에 따르면, 올들어 신흥시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로의 자금유입 규모는 157억 달러에 달한 반면, 미국 주식시장 펀드에서는 250억 달러가 이탈했다.
◆ 불안정 상황에선 선별투자 불가피
한편 WSJ는 아직 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이들 시장의 차별화가 불가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브라질과 러시아 같은 나라의 경우 막대한 외환보유액 증가세와 해외대출 감소세로 인해 불안정 양상을 극복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급격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앨런 콘웨이(Allan Conway) 슈로더(Schroders) 소속 신흥시장 주식매니저는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유동성 위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느낀다면 해당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그 자신은 두 주전까지 터키 시장의 투자 포지션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주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터키, 불가리아, 라트비아 그리고 루마니아 등을 유동성이 줄어들고 투자자 위험회피 흐름이 강화될 경우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았다. 터키와 헝가리 외에 저축보다 지출이 큰 나라는 남아공, 레바논 그리고 일부 동유럽 국가가 있다.
S&P관계자는 "불면 날아갈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리스크에 대한 평가 자체가 변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높은 경각심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흥시장에 530억 달러나 투자하고 있는 미국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는 헝가리와 터키 같은 자금조달 필요가 큰 곳이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와 같은 경제정책에 문제가 많은 나라의 채권은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핌코의 신흥시장 담당 마이클 고메즈(Michael Gomez)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수익률이 왕일 때는 이들 나라가 좋았지만, 지금은 이들이 얼마나 시장에 자주 접근해야 되는지, 그 조달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시장 여건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여건이 좋을 때 해외로부터 부채를 크게 늘려놓아 민간부문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있기도 하다.
일례로 카자흐스탄의 은행부문은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 둔 상태다. 딜로직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해 전체 조달금액과 같은 70억 달러 정도를 올해 상반기 중에 조달했다.
◆ 미국경기 노출 큰 나라와 종목이 위험
한편 좀 더 큰 질문은 과연 미국 경제가 크게 둔화될 경우 신흥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충격이 어느 정도냐에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각국 내수의 성장과 지역 경제의 상호의존을 통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가장 큰 고객이라는 점에서 이런 의견에 동조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멕시코의 경우는 전체 수출 중에서 대미수출이 85%나 차지한다.
UBS가 제출한 최근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수입증가율이 둔화된다면 말레이시아, 대만 그리고 태국의 경제성장율은 큰 폭 삭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 이 같은 민감성을 가진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신흥시장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 중 상위 20종목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의 20% 이상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8개 종목을 찾아냈다.
인도의 인포시스 테크놀로지(Infosys Technologies),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 이스라엘의 테바제약(Teva Pharmaceutical Industries),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혼하이 정밀(Hon Hai Precision Industry), 멕시코의 세멕스(Cemex), 한국의 삼성전자, 브라질의 페트롤레오 브라질레이로(Petróleo Brasileiro)가 그 같은 기준에 해당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미국에 30% 넘게 노출된 종목은 브라질의 엠브레어(Embraer), 페루의 서던코퍼(Southern Copper) 그리고 멕시코의 그루마(Gruma) 등이다.
또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게 된다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국제 상품시장이다. 이 때문에 칠레, 페루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 이들 상품 수출이 수출의 절반이 넘는 나라들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데이빗 헨슬리(David Hensley) JP모간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시흥시장이 그 동안 글로벌 경제성장세의 큰 수혜자가 되어 왔지만, 글로벌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 상품수요도 줄어들고 따라서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