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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보육 이용률 4개월새 70%p 급증...현장선 "긴급 기준 마련해야"

기사입력 : 2021년07월12일 16:56

최종수정 : 2021년07월12일 16:58

긴급보육 대상 아닌데도 등원하는 아동 늘어나
복지부 "긴급보육 최소화 해달라" 당부만 급급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김모(36·여)씨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앞둔 지난주 금요일, 한 학부모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개인 약속이 생겨서 다음주 아이를 긴급보육으로 맡길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김씨가 긴급보육을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한다고 설명하자 학부모는 "오랜 전부터 잡아둔 약속이라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학부모의 끈질긴 요구를 수용한 끝에 전화를 끊을 수 있었던 김씨는 "이러면 최소인원 보육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토로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12일 0시부터 시행되면서 서울·경기·인천 지역 어린이집 1만7000여곳이 2주간 임시 휴원에 돌입했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어린이집은 교직원을 최소 인력만 배치하고, 특별활동과 외부활동, 집단행사 등을 할 수 없다.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아동은 등원이 제한된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 휴원령을 내린 건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복지부는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해 수도권 전 지역에서 사회적 접촉 자체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12일부터 어린이집 휴원 조치를 시행한다"고 초강수 지침을 취했다.

자료사진 [뉴스핌 DB] 2021.01.22 kohhun@newspim.com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정부의 지침에도 '긴급보육'을 이용해 등원하는 영유아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시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는 권모(33·여)씨는 "긴급보육은 말 그대로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울 경우 사용하는 건데 명확한 신청 기준이 없어 해석이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권씨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긴급보육을 할 수 밖에 없지만 '하루종일 육아하기가 힘들어서', '밀린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야해서', '개인 약속이 있어서' 등 별별 사유가 나온다"며 "본인들이 긴급이라고 생각해서 보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건 긴급보육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긴급보육 이용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3월 서울시 어린이집 긴급보육 이용률은 13.4%였지만 4월에는 43.9%, 5월 68%, 6월 72.1%, 7월 83.2%로 크게 늘었다. 4개월간 70%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권씨는 "한 명이라도 긴급보육을 신청하면 교사는 출근할 수 밖에 없다"며 "긴급보육이라고 쓰고 정상등원이라고 읽는 게 맞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긴급보육에 포함되지 않는 아동들이 등원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10년차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는 이모(38·여)씨는 "7명 정원인 반인데 4명이 긴급보육으로 등원했다"며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교사 한 명이 뛰어노는 아이들을 100%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1.07.09 yooksa@newspim.com

그러나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긴급보육을 최소화 해달라고 당부할 뿐이다. 복지부는 9일 "긴급보육을 이용하더라도 꼭 필요한 일자, 시간 동안만으로 최소화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어린이집에 전달했다. 서울시도 "어린이집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정돌봄이 가능한 경우 긴급보육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일부 어린이집 교사들은 복지부에 민원을 넣고 있다. 이날 유아교사 커뮤티니에는 '복지부에 민원을 넣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쓴이는 "4단계로 가정 교육을 권고 받았지만 집에서 아이 보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거의 등원한다"며 "이는 복지부에서 내려오는 공문의 애매한 글과 원아가 그만둘까봐 전전긍긍하는 원장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육교사들은 매달 코로나 선제 검사를 받지만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받지 않는다"며 "긴급보육 기간만이라도 선제 검사를 받고 등원할 수 있도록, 저희도 안전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filte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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