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수정안 병행 상정해 표 대결
책임준공 확약 포함 여부 쟁점
인근 구역과 수주전 경쟁 심화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강남구 압구정4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 입찰지침서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 책임을 강화한 수정안을 기존 원안과 함께 다시 상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 이견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특히 책임준공 확약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논란이 이달 내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근 재건축 정비구역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최상위권 건설사 유치에 대한 부담과 경쟁 심리가 조합 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입찰지침서 재심의…책임준공 확약 쟁점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 재건축 조합은 오는 30일 긴급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자 선정 입찰지침서'를 재심의한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19일 가결된 1안과 대의원들이 마련한 수정된 2안이 병행 상정돼 표 대결을 벌인다.
갈등의 핵심은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 여부다. 앞서 지난 6일 대의원회에서 대의원들은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과 분양 수입금 내 기성불 조건이 빠져 있다"며 상정된 지침서를 반대 83표로 부결시킨 바 있다.
책임준공 확약서란 시공사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 정해진 기한 내에 건물을 완공하고 사용승인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통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 금융기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요구되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과 맞물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제출을 꺼리는 추세다.
원안은 시공사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PF 이자 부담 주체를 시공사가 선택 제안할 수 있게 하고, 입찰 지침을 일부 변경해 제안하더라도 입찰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공사에 다소 너그러운 입찰 제안서로 경쟁입찰에 유리하나, 조합원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의원회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당시 입찰 제안서가 가결됐지만, 이후 대의원 대표진과 이사진이 안건 일부 조항 수정을 논의했다. 수정안에는 ▲사업비 PF 이자 시공사 부담 ▲대안설계 시 입찰 무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합 집행부는 절차적 민주주의 등을 이유로 오는 30일 긴급 대의원회를 소집해 다시 표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압구정 재건축, 대형사 참여 두고 미묘한 신경전 감지

업계에서는 압구정4구역 재건축 조합 내 갈등의 배경에 최상위권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깔려 있다고 본다. 압구정4구역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사 간 맞대결이 예상되는 핵심 정비구역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그동안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책임준공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입찰 제안서에 책임준공 확약 조항이 포함될지 여부가 삼성물산 참여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이 시공사 유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인근 압구정 일대 다른 구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 날짜를 두고 구역 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실제로 5구역은 5월 30일 총회를 열기로 했으며, 4구역은 5월 23일로 계획돼 있어 양 구역 간 일주일 차이가 발생한다.
앞서 김윤수 압구정4구역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경쟁 단지인 압구정3구역이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같은 날로 확정했다"며 "3구역에 유력 건설사의 4구역 참여가 어려워졌다"고 안내했다가 정정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다만 3구역의 시공사 선정 총회 구체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압구정4구역 재건축사업은 총 공사비 2조3000억원 규모로, 기존 현대 8차와 한양 3·4·6차 아파트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다. 재건축 완료 후에는 지하 4층~지상 최고 69층, 172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