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권 보유, 이사회 영향력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금융그룹들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이 가능하고, 회장 후보군 선정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의 선임 조건도 바뀔 예정이어서 금융당국의 개입 여지가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사 지배구조 테스크포스(TF) 출범 시기는 당초 작년 말에서 이달 중으로 연기됐다. 금감원과 업권, 학계 등으로 구성을 추진했으나 금융위원회까지 참여를 결정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는 설명이다.

TF 출범이 연기되면서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등 최근 차기 회장 선임(연임)이 확정된 주요 금융그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TF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이 마련돼도 시기상 이미 해당 그룹의 주주총회(3월)가 모두 끝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찬진 원장 역시 지난 5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건 아니다"며 이른바 '소급적용'은 없음을 시사했다. 개선안이 확정된 후 본격적인 '개입'이 예상되는 이유다.
일단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국의 영향력은 KB금융그룹에 미칠 전망이다. 오는 11월 양종희 회장의 첫 임기가 끝나는만큼 새로운 개선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원장이 강조한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 여부와 이사회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에도 구조상 즉각적인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KB금융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1월 기준 8.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캐피탈그룹 8.07%, 블랙록 6.02%, JP모간 5,21%, 우리사주조합 2.40% 순이다. 소액주주 비중은 68.76%다.
국민연금은 KB금융 뿐 아니라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최대 주주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투자'인 두 금융그룹과 달리 KB금융에서만 유일하게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투자인 경우에만 사외이사 추천이 가능하다.
지배구조TF에서 국민연금의 금융그룹 사외이사 추천을 주요 의제로 다룰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 원장이 기존 주주이익보장을 위해서는 외부 인사 개입이 필수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개입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 원장은 참여연대 소속으로 정부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으로 활동하던 2021년에서 국민연금이 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해 왔다. 회장 등 CEO 영향력에서 벗어나 주주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진 견제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5일 간담회에서도 "사외이사는 결국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며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KB금융외에 다른 금융사들도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회장 후보를 결정하는 사외이사의 선임 조건도 이번 TF에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우선 KB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총 7인)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조화준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여정성, 최재홍, 이명활, 김성용 등 5명의 임기가 오는 3월말에 종료된다.
따라서 지배구조TF 이후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이 현실화되면 KB금융은 양종희 현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부터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개입이 사실상 정부 입김 확대라는 점에서 관치금융 등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추천이 제외되더라도 이사회 구성 변화 압박은 거셀 전망이다. 금감원은 현 이사회 구성에서 현장 전문가인 전문 경영인의 비중이 너무 낮고 학계(교수) 비중은 너무 높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현 회장의 연임을 앞두고 당해 이사회 구성이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도 경영진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면밀하게 감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KB금융 관계자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이행을 위한 감독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선진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논의되는 개선방향을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