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의원 등 25명, 상무부 감찰관에 감찰 조사 요구 서한 발송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감찰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러트닉 장관이 가족 소유 기업의 이해와 맞닿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부적절하게 지원했다는 이유인데 한국 정부에 대규모 투자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 기업과 연관된 사업에 투자를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25명은 전날 듀안 타운젠드 상무부 감찰관 대행 앞으로 서한을 보내 러트닉장관이 내린 정책 결정이 그의 가족 기업을 이롭게 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이번 조사 요구의 핵심은 러트닉 장관의 공적 행보와 가족 소유 기업 간의 '수상한 접점'이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의혹이 핵심 쟁점 중 하나다.
NYT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미국 산업 부흥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요구했으며, 그와 동시에 자신이 운영하다 아들들에게 넘긴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와 부동산 회사 '뉴마크 그룹'이 자금 조달을 돕고 있는 텍사스주 애머릴로(Amarillo) AI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가 한국 투자금의 일부를 배정받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한 의혹을 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측이 약속한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끌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매들린 딘(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이 주도한 서한에서 의원들은 "억만장자인 러트닉 장관이 연방 윤리법을 위반하여 가족에게 이익이 되는 데이터 센터를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 서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적 사안"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AI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억만장자 장관이 가족의 부를 지키려다 서민 부담을 키운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의 이해충돌 논란은 한국과의 투자 협상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그는 한미 관세·통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시하는 협상에 핵심 인사로 참여했으며, 애머릴로 AI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스타트업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 측과 함께 한국의 투자금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서 AI 데이터 센터 사업을 추진 중인 페르미 아메리카의 공동 창립자와 한국 산업부 관계자 등이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자리에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 장면이 포착됐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지난달 관련 심층 보도에서 러트닉 장관이 한국의 투자금을 "탐냈다(coveted)"고 표현하며, 한국의 투자금이 그의 가족 기업과 얽힌 데이터 센터 사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미국의 관세 인하 조건으로 총 3500억 달러(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이 중 2000억 달러는 직접투자, 1500억 달러는 대미 조선협력 직·간접 투자로 구성된다. 러트닉 장관은 협상 과정에서 이 금액을 일본 수준(5500억 달러)으로 증액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은 입각 당시 가족 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나 실제 매각 완료 시점은 약속했던 5월보다 늦은 지난 10월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지분을 보유하던 기간 동안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받은 '윤리 면제(ethics waiver)'를 근거로 가족 기업에 유리한 정책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면제 조건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상무부와 백악관은 "러트닉 장관은 모든 윤리 규정을 준수했으며 이해충돌은 없다"며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다만 상무부 감찰관실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경우, 한국의 대미 투자금이 실제로 러트닉 일가가 관여한 데이터 센터 구축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