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이사 인터뷰
"삼포세대 연장선상이 '쉬었음' 청년…높은 기대·보상 문턱이 무기력 초래"
"학교·회사 아닌 '사람' 존중해야…'장인' 키우는 사회 꿈꿔"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황혜영 인턴기자 = "이름 그대로 저는 청년일 뿐이고 전문가도 아닌데 '쉬었음', 이 단어가 왜 이렇게 익숙한지 모르겠습니다."
강남의 한편에서 만난 박주호 사단법인 청년과미래(국회 사무처 소관) 이사는 '쉬었음' 청년 문제에 대해 이렇게 침묵을 깼다. 박 이사가 쉬는 청년이 낯익은 이유는 그의 소속인 '청년과미래'의 뿌리에 있다.
![]() |
|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박주호 청년과미래 이사가 25일 서울 강남구 청년과미래 사무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5 yym58@newspim.com |
청년과미래는 2015~2016년에 걸쳐 출범했는데, 2010년대 청년을 관통하는 단어는 '삼포세대'였다. 학자금 대출 부담에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은 집값에 지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마저 포기했다는 용어다. 청년들의 무기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그 연장선상이 바로 '쉬었음' 청년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우리는 검정고무신 신고 학교 다니고, 회사 가고 다했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때는 노력하면 수도권에도 집을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10억을 모아도 서울 안에서 좋은 집을 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10억을 모을 수 있다는 보장은 더더욱 그렇고요."
박 이사는 언뜻 보면 생각 없이 흥청망청 사는 것처럼 보이는 욜로(YOLO)족의 탄생의 기저에도 무기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우니, 눈앞의 행복을 소비하는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대와 보상의 문턱이 너무 높아 저버려 청년들이 그냥 노력하기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실업 문제의 책임 소재로는 기업이 지목된다. 기업이 일자리를, 특히 청년들이 들어갈 신입사원 채용의 문을 좁히면서 구직난이 심화되고 결국 구직 포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박 이사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좀 더 입체적이다. 당장 돈을 벌어야 회사가 굴러가는 기업으로서도 불확실한 신입사원보다 역량과 성과가 어느 정도 입증돼 있는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서다.
박 이사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려 발을 내딛는 청년들을 위해 제시하는 해법은 독일식 '이원 직업훈련'이다. 지금도 대학 졸업반을 대상으로 인턴 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단순한 '복사 셔틀'로 시간만 채우게 할게 아니라 학생의 전공과 적성을 고려해 '진짜 실무'를 익힐 수 있는 직업훈련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박 이사는 "미대생은 디자인, 체대생은 경호, 언론 전공자는 대외협력이나 홍보 등 적재적소에 신진 인력을 배치해 직접 일을 하게 하고, 훈련 기간이 끝나면 그냥 경력 한 줄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성과물, '캡스톤'(건축물 최상단에 올려놓는 돌)을 올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
|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박주호 청년과미래 이사가 25일 서울 강남구 청년과미래 사무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5 yym58@newspim.com |
박 이사는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신입 공채 확대는 궁여지책이라고 본다. 대기업 문턱이 아무리 낮아져도 소수의 대기업에 가지 못해 좌절하는 청년들은 늘 존재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대기업 협력사라는 타이틀을 달고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한 박 이사의 해결책은 가고 싶은 회사,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환골탈태가 필요한 지점이다.
그는 "청년이 일하지 않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하고 싶은 기업에 가지 못했기 때문인데, 청년의 눈이 너무 높다고 치부하기에는 조직 구조나 문화 수준이 낮은 기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중소기업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기업도 클 수 있다. 엔비디아 젠슨황도 한때는 용산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는 중소기업 대표였다"라고 강조했다.
일하고 싶은 기업을 지탱하는 건 '잘 살고 싶은 사회'다. 박 이사는 대학 이름, 회사 이름이 아닌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꾼다. 당장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면 '누가 어느 대학을 갔다더라', '누구는 어느 기업에 취업했다더라'는 말이 오가는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엔진에는 숙련된 장인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제네시스라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있지만 '현대자동차'라는 사명 외에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제네시스 엔진에 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새길 수 있는 장인, '서울대생', '삼성맨'이 아닌 사람을 키워내는 사회를 꿈꿉니다."
'쉬었음' 청년을 줄이려면 기업 뿐만 아니라, 교육 정책과 노동 시장 등이 함께 맞물려 긍정적인 변화를 하나씩 만들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에 수많은 '제2의 엔비디아' 기업이 나오기를 꿈꿔본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