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예술, 그 경계에서 감동을 새기다
"내년에도 꼭 가족과 함께 보고 싶다" 앵콜 공연 기대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동해의 겨울 바람이 불던 11월, 강원 동해문화예술회관 무대 위에선 시간이 멈춘 듯 조선의 명암이 다시 펼쳐졌다.
23일 지역 연극계에 따르면 2025 공연장예술단체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이름을 올린 창작극 '미인의 발걸음'(극본·연출 김민경)이 관객의 박수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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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미인의 발걸음' 커튼콜. 2025.11.23 onemoregive@newspim.com |
극단 김씨네컴퍼니가 이번에 내놓은 무대는 단순한 고전을 지나, 한 시대의 정신과 현장을 예술로 새겼다. 동해시의 상징, 추암 촛대바위 전설과 단원 김홍도의 인생을 유려하게 엮어낸 이 작품은, 오랜 시간 강원 바다의 해무와 백성의 한숨, 그리고 붓끝을 잡았던 예술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민경 대표의 손끝에서 새로 탄생한 '미인의 발걸음'은 왕의 초상화와 천민의 씨름판까지, 진경 산수와 풍속을 아우른 김홍도의 예술혼을 조망한다. 무대는 노인 김홍도의 회상으로 시작, 그가 유년시절 그림 동무였던 문정과 나눈 아름답고도 아득한 인연 위에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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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단원 김홍도가 삼천리 금수강산을 누비며 잠시 쉬어가고 있다. 2025.11.23 onemoregive@newspim.com |
탄탄한 구성과 입체적인 캐릭터는 '중인의 신분에서 어용화사에 오르는 길', 그리고 '백성의 삶에서 진경을 찾는 여정' 속에 두 사람의 우정과 성장, 깨달음을 촘촘히 깔았다.
특히 극의 종반, '능파대(추암촛대바위)를 본 정조대왕은 "기암의 웅장한데 파도는 애절하도다… 굳세게 나가는 나라의 근간은 기암에 담긴 듯 하구나"는 김홍도가 남긴 진경의 정수를 또렷하게 각인케 했다. 조선 화단의 천재가 그린 것은 단지 산수만이 아닌, 서민의 희로애락, 그리고 그 속의 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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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배우들의 흥겨운 춤사위를 보여주고 있다. 2025.11.23 onemoregive@newspim.com |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관객은 "눈 먼 문정이와 김홍도의 만남이 슬펐지만 두 사람의 내면, 예술을 향한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이런 작품이 동해에서 나왔다니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는 "김홍도와 문정이의 깨딸음의 몸짓에서 소름이 돋았다. 내년에도 꼭 가족과 함께 보고 싶다"며 앵콜 공연에 대한 기원을 남겼다.
촛대바위의 신화, 그리고 민중과 예술가·임금의 이야기를 아우른 이 무대는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문화재단의 후원 아래 완성됐다. 지역의 전설과 한국미술사를 재해석한 '미인의 발걸음'은 동해의 예술이 걷는 새로운 진경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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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단원 김홍도와 눈이 먼 문정이가 재회하는 장면. 2025.11.23 onemoregive@newspim.com |
'미인의 발걸음' 초연작에는 김일하(노인 김홍도), 남승화(김홍도), 이보희(문정이), 윤진하(전기수1), 정인선(전기수2), 윤득비(강세황 외), 이학준(김응환 외), 장지민(심사정 외), 배윤영(주모 외), 전준수(양반 외), 김동욱(악사), 김상봉(악사), 김민지(악사) 등이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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