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각 흉상' 훼손 정도 '깜깜이' 상황
'건물 보수 및 청소' 비용 20억~50억원
과반 이상 '교비+학생 모금'에 찬성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른바 '동덕여대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경과했다. 지난해 11월 7일 동덕여자대학교 대학비전혁신추진단이 학교 발전 방안 논의 과정에서 '남녀 공학 전환' 의제가 나온 것이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같은 달 10일부터 교내에서 소위 '락카칠' 시위 등이 발생했다.
19일 오후 찾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의 취재 요청 연락을 받고 미리 마중나온 학교 측 남자 직원을 만났다. 교내를 둘러보며 1년이 지난 이후의 참상을 사진으로 담고자 했지만, 직원이 기자에게 허가한 취재 구역은 정문 앞까지였다.

"제가 못 들어가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어떤 규정 같은 게 있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직원은 "예민한 시기이기도 하고 우선 학교가 사유지입니다. 학교 규정이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일주일새 나온 동덕여대 관련 타 언론사 기사들을 보니 교내로 '잠입'해서 찍은 듯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의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여성 기자인 것 같았다. 남자인 기자 입장에서 혹시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학교 측에 사전 취재 허가를 구한 것이다.
직원은 "지난주에 J방송사 기자도 정문까지 와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 기자가 여기자였는데도요"라고 설명했다.
학교 정문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카메라 줌을 당겨서 보니 학교 설립자인 조동식 선생의 동상 아래 붉은 '락카칠'이 눈에 들어왔다. 외부인들에게도 첫 인상으로 다가오는 장소다 보니 나름 지우려고 노력했는지 락카 자국이 조금은 옅어 보였다.
"제가 궁금한건 조용각(趙容珏) 선생님 흉상의 훼손 여부입니다. 다들 락카칠에만 주목하는거 같아서요"

고(故) 조용각 선생은 조동식 선생의 아들이다. 1976년 동덕여대, 동덕여고 등으로 구성된 동덕여학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재직중 성덕중학교를 신설하고 동덕여대를 종합대로 승격시키는 등 교세 확장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동덕여대 사태' 당시 조용각 흉상은 야구 방망이로 얼굴을 수차례 가격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지금도 유튜브 등에 남아있는 영상을 보면 동상에 씌어져 있던 안경 부분이 박살이 나 이마 쪽으로 넘어가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간곡히 부탁했지만 흉상의 파손 정도는 올해 입사한 직원도 알 수 없었다. 교내에 위치한 흉상은 현재도 가려져 있어서 어느 정도나 파손됐는지 외부에서 확인이 불가하다고 한다.
대화 주제를 지난 12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시설복구위원회(학교 측, 학생 측 각 4인으로 구성한 협의체)' 설문조사로 돌리자, 직원은 기자에게 "여기가 큰 길가라 조금 안으로 들어가실까요"라며 정문 밖 좌측에 위치한 100주년 기념관 쪽으로 인도했다.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일단의 학생 무리가 기자를 쳐다보며 지나쳐갔다. 딱히 적대적이거나 불안해하는 표정들은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자 화단 쪽에 큼지막하게 검은색 락카로 쓰인 "꺼져"가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문질러봤지만 별 의미가 없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학생 725명 가운데 53.1%가 시설 복구 비용을 '교비와 학생 모금'으로 조달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42.1%는 '교비'로만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 교비 없이 '학생 모금'으로 충당해야 해야한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동덕여대 의뢰로 보수 업체가 추산한 '건물 보수 및 청소' 비용은 20억~50억원이다.
학교 측은 현재 외부와의 소통보다는 학생 구성원 간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빠르면 이달말에서 내달초 관련 공고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