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이달부터 수출 백판지 가격 10%↑
깨끗한나라 "동남아 대상 백판지 인상 계획"
내수용 품목 인상 어려워...필수용품 인식 高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등 악재에 시달리던 제지업계가 수출용 백판지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우선 수출 품목부터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인쇄용지를 비롯한 제지 상품이 필수재 성격이 강한 만큼, 당분간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10% 인상' 한솔제지·'상향 논의' 깨끗한나라...백판지 인상 '릴레이'
19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수출용 백판지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 |
| [사진=셔터스톡] |
백판지 수출 가격 인상에 스타트를 끊은 것은 업계 1위 한솔제지다. 한솔제지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이달 1일부터 적용되는 신규 주문을 대상으로 가격을 10% 인상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상승, 지속적인 물류비 압박 등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깨끗한나라도 동남아시아 수출 백판지 가격 인상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동남아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계획·진행 중이며, 가까운 시일 내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솔제지와 마찬가지로, 원자재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가중이 인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이번 조정은 국제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 에너지 비용 상승, 수출 운영 과정에서의 물류비 등 복합적 요인에 대한 조치다"고 덧붙였다.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한솔제지와 깨끗한나라의 점유율은 각각 47%, 20%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업계 주요 기업이 동반 가격 인상에 나선 셈이다.
업계에서는 선두 기업이 가격을 먼저 올릴 정도로 가격 상승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 정보에 따르면, 펄프(SBHK, 미국 남부산 혼합 활엽수) 국제 가격은 지난 8월 톤당 630달러에서 한 달 뒤 650달러로 상승했으며, 지난달에도 660달러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펄프 가격뿐만 아니라 전기 요금 등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도 동시에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격 인상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 "국내 소비자에 제지 상품은 필수재"...제지업계, 국내 시장 '눈치'
다만 제지업계가 백판지 외 품목이나 내수 시장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지용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을 신경 쓰면서다.
업계에서는 화장지뿐만 아니라 제지 포장재도 위생, 유통을 위한 필수재로 인식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급한 가격 인상이 소비자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현재 성장 중인 동남아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이 침체해 있다는 점도 제지업계가 가격을 쉽사리 올리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해외 시장 모두 가격을 올리는 게 맞다"며 "다만 국내 경기가 너무 침체했으며 내수 시장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한 탓에 백판지 가격을 올려도 이를 받아줄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제지 품목은 소비자가 필수재라고 인식하는 부분이 크다"며 "가격 인상 시 소비자의 거부 반응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stpoems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