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출범
자료 열람에 개인 휴대전화 제출도 유도
공직사회 자조 확산…"충암고 출신 잡나"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 11일 정부가 '12·3 비상계엄'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출범시키자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공직사회의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부 분위기는 냉랭하다. '회복'이 아닌 '보복'에 가깝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TF는 대통령 직속기관과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대규모 내부 단속을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총리실은 군과 검찰·경찰을 포함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12개 기관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했다. 모든 기관은 내부에 자체 조사 TF를 구성해야 한다.
조사 범위는 작년 12월 3일을 전후한 10개월간으로, 비상계엄을 모의·정당화·은폐한 행위 전반이 포함된다. 업무용 PC와 서면 자료 열람은 물론, 필요시 개인 휴대전화 제출도 유도한다.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이나 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까지 가능하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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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김기랑 기자 |
이 같은 조치는 공직사회에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공직사회 내 불신이라는 명분으로 공무원들을 솎아내고 통제하려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비상계엄과는 관련이 없더라도, 겉으로 보기에 전 정권에 꾸준히 헌신했던 공직자들에게 '보복'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냉소와 체념이 뒤섞여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신 학교인 '충암고' 공무원들이 잡혀가는 게 아니냐는 농담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2탄' 혹은 '문화대혁명 한국판' 같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권력 구조가 바뀌면 전 정권에서 힘이 셌던 기관들이 카운터 펀치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체념 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움직임은 이번 정권만의 일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청산'과 '조사'가 반복돼 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책임은 분명히 하지 못한 채 시스템만 경직돼 왔다는 점이다. 대규모 '작업'이 벌어질 때마다 조직은 위축됐고, 공직자들의 사기와 신뢰는 점점 약해졌다. 전 정권과 관련된 어떤 '책임'을 묻겠다며 모든 공직자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돌리면서 정상적인 공직 운영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총리실은 이번 TF의 추진 배경에 대해 "정부 내 내란 청산을 통한 조속한 공직사회의 신뢰 회복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의'가 있다고 해도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결과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헌법 수호'라는 명분이 '정치적 통제·보복'으로 비치고 '신뢰 회복'이 '불신 확대'로 귀결된다면, 그 책임 역시 정부에게로 돌아간다.
공직사회 개혁의 핵심은 누군가를 단죄하는 데 있지 않다. 신뢰는 '공포'가 아니라 '공감' 위에서만 작동한다. 정부가 '헌법 존중'을 내세운다면, 그 시작은 통제보다 설득에 가까워야 한다. 청산의 이름으로 또다시 불안과 혼란이 쌓인다면, 이번 TF가 남기는 것은 개혁의 성과가 아니라 또 하나의 상처일지도 모른다.
rang@newspim.com













